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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Mar 22. 2024

40+1) 산티아고(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24.화


하루종일 비가 왔다. 느즈막히 일어나고 싶었지만 저절로 일찍 깼다.

오늘 할 일은 바쁘다 바빠, 데카트론에 가서 운동화를 하나 사고, 다시 짐을 꾸려서 서울로 보내고, 베카 씨를 만나러 가야한다. 그 와중에 빨래도 해야한다. 건조기 돌려서 빨래 하지 않으면 이제 입을 옷이 없다.


비가 꽤 많이 왔다. 데카트론에 가기 위해 산티아고 광장을 지나가는데 오늘도 여러 이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시간대가 어중간해서인지 대부분 광장을 한 번 찍고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는 발걸음이었다. 우비를 입고 터벅터벅 들어오는 발걸음에 힘을 주고 싶었다. 다가가서 잘 왔다고, 다시 한 번 부엔까미노라고 응원하고 싶었다.


여튼, 도착하는 순례자들을 뒤로하고 나는 번화가로 갔다. 구글 지도를 봐가며 어제 잠깐 봤던 자라와 몇몇 매장을 거점 삼아 길을 찾았다. 데카트론은 작았고 원하는 게 마땅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은 여행을 등산화를 신고 다니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가격과 디자인과 발편함 등을 고려해서 적당한 운동화를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나도 이제 여행객이 되고 싶어서 자라 매장에 들어가 봤지만 마땅한 옷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40일 동안 내내 등산복 차림이었다보니 다른 옷들이 불편해 보이고 무엇보다 빨아도 잘 마를 것 같지 않고, 배낭에 넣어 다니기에 부피가 커 보였다. 그래서 여행 옷은 ㅂㅂ2


운동화를 사고 다시 숙소로 들어가 짐을 싸야 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또 산티아고 광장을 지나갔다. 이번에는 꽤 많은 순례객들이 들어와 있었고 뒤쪽 건물 회랑에서 비를 피하며 도착의 기쁨을 누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또 비오는대로 비를 맞으며 광장에 누워 기쁨을 만끽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작 하루 차이라고, 나는 그들 사이를 '나도 그 맘 알지'하는 흐뭇한 마음으로 지나갔다.


숙소에서 부랴부랴 짐을 다시 싸고 숙소 바로 옆 우체국 분점(?) 같은 곳으로 가서 배낭과 등산화와 몇몇 짐을 서울로 부쳤다. 안녕, 서울에서 보자. 어쩌면 네가 나보다 빨리 서울 도착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가뿐해진 마음으로 베카를 만나러 갔다. 베카 부부는 벌써 산티아고에 도착했으나 서로 연락이 엇갈려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그들 숙소로 찾아가기로 했다. 걷던 버릇 어디 안 가는 거지. 그렇게 걷다보니...베카 부부보다 내가 먼저 그들의 숙소에 도착했다 ㅋㅋㅋㅋ


숙소에서 만난 우리는 헤어진 자매가 상봉한 듯 끌어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정말 눈물나게 반가운 순간이었다. 그들은 나와 헤어진 이후에 있었던 재밌던 일을 신나서 늘어놨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정신없이 재밌었다. 더 오래 얘기 나누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지만. 아직 배낭을 메고 있는 그들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쉬운 헤어짐을 하고 우리는 내년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돌아오는 길은 더욱 발걸음이 가벼워 무릎이 아픈 줄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저녁은 같은 방에 들어오신 포르투 길을 걸은 선생님과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나와 성향이 약간 맞지 않는 면이 있었지만, 그분이 걸으신 포르투길 얘기를 들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비오는 산티아고의 하루



https://maps.app.goo.gl/6zkfED8tDURBXitx6


https://maps.app.goo.gl/eWWSS8WxPpo8LSX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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