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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Sep 24. 2024

신앙의 불꽃이 타올랐던 그곳┃수리산 성지


신앙의 불꽃이 타올랐던 그곳

수리산 성지



이곳을 찾았을 때 엄마와 함께 였다. 내 생일을 맞아 엄마에게 내 소원은 엄마랑 놀러가는 것이라 말하며 하루 시간을 내어 온 곳이었다. 아직 햇볓은 뜨거웠지만 나뭇잎이 무성하여 그늘이 많았다. 엄마는 한옥으로 지어진 고택 성당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수리산은 예로부터 ‘담배골’ 또는 ‘병목골’로 불리며 외부와 단절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박해 시대 신자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특히 신유박해 이후에는 더 많은 신자들이 모여 교우촌을 이루었다. 이곳은 최양업 신부의 부모인 최경환 프린치스코와 이성례 마리아의 신앙이 짙게 베어 있는 곳으로, 성지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은 이들 부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최경환은 세속에 대한 관심을 성실한 신앙생활로 전환하기 위해 가족을 이끌고 청양 다락골을 떠나 서울로, 서울에서 강원도로 다시 부평으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 마침내 안양 수리산에 정착한다. 1838년 이곳에 들어와 담배를 재배하며 교우촌을 형성한다. 모방 신부와는 부평에서 머물 때 만나, 첫째 아들인 최양업이 신학생으로 선발된다. 이후 수리산으로 이주한 후, 모방 신부에 의해 수리산 공소 회장으로 임명되어 교회 지도자로 활발히 활동한다. 그러다 1839년 기해박해 때 본인과 부인 모두 순교한다.


  최경환은 신자로, 교회 지도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도 항상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지녔다. 이는 그가 자신의 교만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성인의 신심을 바탕으로 삼은 ‘칠극’에서 가장 강조하는 정신이다. 


  수리산 성지에는 순례자 성지와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있는 고택 성당이 있다. 고택 성당의 터는 최경환이 살았던 집터였다. 터만 남은 자리에 한옥 성당을 지었다. 내부는 한옥으로 아담하며 좌식이다. 오랜만에 신발 벗고 들어가는 성당의 느낌은 할머니 집에 온 듯이 편안하다. 




#신앙의불꽃 #교만과겸손 #자신을낮춤 #교회의지도자


주소 : 경기 안양시 만안구 병목안로 408 (피정/식사 가능_예약 필요)
         031-449-2842
미사시간 : 주일 11시 평일 오전 11시(월요일 없음)
홈페이지 : http://suris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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