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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Sep 24. 2024

출발하고 하루가 지났다.2

23년 9월 16일 론세스바예스 출발 수비리 도착


  그때 우리는 다시 만났다! 피레네를 넘을 때 내가 의지하며 따라갔던 순례길 단체팀!! 나도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고 그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리는 산속에서 다시 만났다. 서로의 언어도 모르고 또 서로 영어도 짧아서 의사소통이 되진 않았지만, 팀의 리더인 인솔자 아저씨는 나를 팀의 일부로 받아들여주고 같이 이동했다. 내가 좀 불안정한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안전한 자리로 오라고 챙겨주시고, 잘 따라오나 안 오나 확인도 하고. 든든하고 감사했다. 같이 걷는 분들과도 서툴게 인사를 주고 받고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한국에서 혼자 온 내가 대견하다는 말을 하셨던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좁고 가파르고 질은 주비리 내리막을 함께 걸었다. 그 길을 걸으니 일단 비가 오지 않은 것에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전날 비가 왔던 그때에 이 길을 걸었을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싶었다.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었는데, 좁은 진흙길은 내 키만한 높이로 패인 길을 걸어야 했다.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로 좁았고 땅은 바위와 진흙으로 질고 미끄러웠다. 스틱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고, 혼자였다면 기어서 내려갔을 것이다. 무사히 산을 내려와 주비리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보자 우리는 환호를 질렀다. 우와~~

  그리고 그제야 정답게 사진을 남기고, 우리의 무사 도착을 기뻐하고 함께 나누었다. 그들과는 숙소가 달라 우리는 여기서 헤어졌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순례길 초입의 고생을 함께 했던 팀이라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서...그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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