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9월 16일 론세스바예스 출발 수비리 도착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니 나의 베드를 안내해주었다. 꽤 넓은 공간에 침대가 많은 다인실의 2층 자리였다.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아서 내가 생각보다 빨리 왔나보다 하며 짐을 풀고 있는데, 북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이 한무리 도착하다보다 하며 누가 이 방으로 들어올까 했는데, 그들이었다. 론세스바예스 저녁식사에서 만난 한국인 단체팀. 이번에도 숙소 주인은 나 역시도 이 한국인 단체팀 일원인 줄 알고 같은 방으로 넣은 것이었다.
하나둘 들어오며 나를 알아보시곤 인사를 건넸다. 나도 적당히 인사하며, 속으로는 ‘시끄럽겠다’ 생각하며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뒤늦게 들어온 팀의 가이드 두 분은 나를 보고 조금 당황한 낯빛이었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종종 겪었을 그들이겠지 생각하며, 하루 정도는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으로 적당한 표정과 적당한 말투로 있었다.
단체팀이라고 모두가 무례했던 것은 아니었다. 너무 당연하지만. 안쪽으로 작은 방이 하나 더 있어서 남자분들은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저녁에 식사 후 한 잔 하고 들어와서 몇몇 분이 소란스럽게 했다. 늘 그렇듯 몇몇으로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본다. 그들과 함께 순례길을 걸어야 할 단체팀의 다른 이들이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나야 하루 보고 말겠지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이 길이 어떨까 싶었다. 여튼, 덕분에 다음 날 나는 도망치듯 아침 일찍 식사도 하지 않고 그 숙소를 나왔다. 그래도 가이드 두 분은 인정이 있는 분들이었다. 그들에 대한 얘기는 다음 날 글로 미뤄둔다.
숙소에 짐을 풀고 씻고 나와 동네 산책을 했다. 주비리는 작고 강이 맑은 마을이었다. 강물이 시원하고 너무 맑아서, 진작 알았다면 여분의 옷을 준비해두고 여기 강물에 풍덩 들어가고 싶었다. 실제로 강에 들어가 즐기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손과 발만 살짝 담그며 아쉬워 하고 있던 때에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