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몹시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아침에야 알았다4

23.09.30_카스트로헤리스-프로미스타

by 혜리영

그리고 프로미스타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씻고 빨래를 하고 잠시 알베르게 마당에서 쉬는데, 이곳에서 파스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아저씨는 이곳에 오기까지 고생을 했다고 하셨다. 허리가 아프셨는데 이 길에 도착할 쯤에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길에 누워있었다고 하셨다. 그러다 한국인 단체 순례객 무리를 만났고 젊은 남자 가이드가 순례객을 마을에 데려다 주고 돌아와 아저씨를 부축해서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하루 쉬면 괜찮겠지 했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 이곳 알베르게에서 주인장의 배려로 이틀 째 쉬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도 이번에 몹시 고생했다고 하셨다. 나는 괜히 미안하고 또 안쓰러운 마음에 뭐라도 더 도움드릴 것이 있나 여쭤봤지만, 파스 아저씨는 처음 뵈었을 때도 그랬고 여전하셨다. 하루 더 쉬면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식사도 본인 알아서 할 테니 편하게 지내라고 나부터 배려해주셨다. 그날 이후로 뵙지 못했다. 왓츠앱 번호도 교환하지 못해서 그 후로 소식을 듣지 못해서 몹시 아쉽다. 혹시 누군가 내 글을 읽으며 23년도 9월~10월에 순례길을 걸었던 파스아저씨(내 글 속 정보 만으로는 찾기 어렵겠지만ㅠㅠ)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다.


일찍 도착해서 침대를 먼저 배정 받고 나서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 하고 나서 보니 내가 이곳에 중복 예약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서둘러 가서 알베르게 주인에게 번역기 돌려 연습한 말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주인 아저씨는 그러면 안 된다고 따끔하게 얘기해주었다. 어찌나 따끔하던지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했다. 나는 조금 작아진 마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세탁기 사용 문제로 아저씨에게 쭈뼛쭈뼛 물어보았는데,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잘못은 잘못이고 손님은 손님이다. 뒤끝은 없는 깔끔한 아저씨였다. 그래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저녁을 먹으러 마을에 있는 미슐랭 레스토랑에 갔다. 나는 혼자였고, 1인 자리는 없어서 기다리거나 못 먹을 판이었다. 그때 바로 앞에 한국인 부부가 계셨는데 4인 좌석에 앉아 계셨다. 흔쾌히 나에게 합석으로 자리를 내주셨다. 덕분에 미슐랭 맛집 고기를 먹게 되었다. 두 분의 얘기도 듣고 마음 편해지는 자리였다. 또 합석한 덕분에, 두 분이 기본으로 나오는 와인 외에 한 병을 더 주문하셔서 같이 마셨다. 아 와인 맛있다.


프로미스타에서는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났다. 파스 아저씨, 미슐랭 식당에서 만난 부부, 또 슈퍼에서 대만인 아저씨도 다시 만났다. 길 초입에서 같이 식사를 했던 종종 안부 연락을 주시던 아저씨였다. 그때 나는 너무 친화적인 아저씨 성격이 부담스러워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멀어졌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만 여유를 가지고 잘 해드릴 걸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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