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당시, 입학 한 달 전까지 육아휴직 선택 여부 붙들고 있었던 터, 준비는 손을 놓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니 가늠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을까. 입학 일주일 전 책가방을 샀으니 할 말 다한 거다.
여기서 준비의 영역에는, 유형의 물건들도 있지만, 무형의 부모와 아이의 마음까지 포함된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매일 출근하는 워킹맘이었다. 한 달 내 입학 준비와 루틴 세팅까지 짧은 시간 내 완료되어야 했다. 온 감각과 정신을 모아 맨땅에 헤딩하듯 준비해 간 것들을 반추하며 기록해 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아이들이 생활할 기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곳은 어린이집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을 돌보아 기르는 곳이 아닌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다.
예비소집일 문서를 받고 자각했다. 흰 종이에는 회사에서 흔히 접하던 ‘다나까’ 형식의 문체들로 채워져 있었다. 다소 일방적인 표현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들도 몇몇 보였다. 학생을 평가하는 학교라는 것에 대한 괜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대표 번호가 공손하게 적혀 있었으나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아이들이 밉보일까 걱정되기도 하였다. 특히 앞으로 있을 선생님과의 소통에 있어, 어린이집과 학교는 키즈노트와 e알리미의 차이만큼이나 크게 다가왔었다.
부모는 정신을 곧게 세우고,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주리라 다짐했다.
다음으로는,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첫 스타트는 바로 책.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준비'.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교 생활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을 쉽게 풀어낸 책이었다. 역시, 목말랐던 내용이니 삽시간에 읽혔다. 아이들이 자리할 공간과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니 불안함은 사그라들었다.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았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 아마도 이때부터 열혈 구독자가 되었지. 강추.
업무모드로 자료를 모으고 정리 분석한 결과, 아이가 학교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딱 이 세 가지였다.
“인사 잘하기, 선생님과 눈 맞추기, 수업시간에 바르게 앉기”
3년 동안 다닌 어린이집에서는 인사가 기본이라는 철학이 있었다. 매년 공수인사대회를 열었고 상장도 주었다. 자연스레 습관도 잘 들여졌다.
눈 맞추기, 바르게 앉기는 등교 첫날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 말해주고 있다. 머리가 제법 굵어진 지금은 또 잔소리라며 찌푸리지만. 너희는 지금 세뇌당하고 있는 거야 이 짜식들아.
무엇보다 칭찬을 격하게 해 주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몸집만 한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것, 그리고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고 집에 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태어난 지 만 7년도 안된 쪼그마한 인간들이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게 된 것이니 신기하기도, 기특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으려고 투덜거림 없이 학교를 다녔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가장 중요한, 루틴 짜기이다. 나와 남편, 친정엄마, 시어머니까지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여야 한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모았다. 돌봄 교실, 방과 후, 책 읽기 수업, 도서관. 이 네 가지였다.
학원 정보도 죄다 긁어모았다. 소스는 지역 맘카페와 집 근처 상가들의 간판들, 그리고 일정 시간마다 지나다니는 노란 셔틀버스들에 적힌 전화번호들이었다. 하루 날 잡고 전화를 돌렸다. 시간과 거리, 셔틀여부 등 기본 정보를 수집하고 잘 맞아떨어지는 곳은 직접 찾아가 선생님과 시설을 확인하였다. 수학, 영어와 같은 학습학원 2~3개월 전부터 알아봐야 했지만, 예체능은 한달 전에도 대부분 자리가 있었다.
돌봄 교실은 대기 50번이 넘었었다. 코로나라 방과 후가 없었기에 교문에서 픽업이 가능한 태권도 학원을 등록했다. 주변의 세 곳을 방문 후 결정했던 걸로 기억한다.
친정엄마는 오후 2시경 집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면 되는 것이다.
2학기때부터는 워킹맘의 빛줄기, 방과 후가 열렸다. 선착순 신청이기에 가족들 핸드폰을 총동원하여 간신히 모든 요일에 배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정규수업과 방과 후 사이에 생기는 30분에서 1시간가량의 텀이다. 이는 학교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그림책 수업교실에 머물도록 하였다. 머리가 좀 굵어진 2학년 때는 지들끼리 운동장에서 놀기도, 교문 밖으로도 나왔다는. 끙. 할많하않.
추가로, 두 아이의 학교 준비물을 철저히 챙기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집안에 굴러다니던 수첩 하나를 집어 들어 표지에 큰 글씨로 적었다.
‘딸 둥이 다이어리’
이곳엔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적어둔다. 연필, 지우개와 같은 학용품 구입부터, 교과활동에 필요한 사진 인쇄, 페트병 등의 준비, 그리고 각종 설문조사와 신청서 제출까지 세세하게 기록한다. 방과 후와 학원일정, 원비 납부 금액과 기한도 모두 포함한다.
강제 멀티태스킹으로 과부하되었던, 그래서 현관 비번도 몇 번 잊었던 사람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잊고 놓치면 자괴감에 빠지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다이어리 덕분에 아이들과 관련된 걸 놓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돈된 정신을 유지하는데도 매우 도움이 되었다. 이 역시 격하게 추천한다.
잘못 구입했던 입학 준비물도 떠올려본다.
뒤늦게 준비를 시작한 탓에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는 예쁘고 화려해 보이는 걸로 온라인에서 구입했다. 예쁘기만 하고 비싼 이 가방은 일주일 만에 가볍고 심플하며 저렴한 것으로 교체되었다. 들고 오기 힘들다는 친정 엄마의 투덜거림과 함께.
아직 구입 전인 분들이 있다면, 가볍고 어두운 색깔의 세탁에 용이한 책가방으로 장만하길 권한다. 어디다 그렇게 비비적 거리는 지, 2개월도 안되어 분홍색 천에 회색 줄무늬가 불규칙적으로 덮어졌고, 바쁜 엄마를 둔 아이들은 1학기 내내 그 가방을 메고 다녔다.
실내화는 제일 싸고 발에 맞는 걸로 사주는 게 맞았다. 2년 동안 네 켤레 정도 바꿨던 것 같다. 발이 그렇게 빨리 자라는지 몰랐었다.
학교 사물함에 넣어둘 여러 학용품들, 그러니까 색연필, 크레파스, 가위, 쓰레받기, 알림장, 10줄 공책 등은 인터넷에서 하나하나 검색해서 구입했다. 미련한 짓이었다. 학교 근처 가까운 문방구에 가면 된다. 사장님이 풀세트로 챙겨주신다.
생활할 기관에 대한 생각의 전환, 학교 생활 정보탐색, 반드시 지켜야 할 것 정하기, 루틴 짜기, 준비물을 챙기기 위한 장치 마련, 입학에 필요한 물건 구입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었지만, 집안일과 일을 병행하는 와중에도 나름 필요한 것들을 챙긴 것 같다.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물론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동시에 하느라 눈알은 튀어나오고 머리에 불이 나는 듯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적어 내려가다 보니 2년 전 이맘때가 교차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었겠다 싶다. 학교는 규율을 지키는 곳이기에 엄격한 부분도 분명 있었다.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 활동 사진을 반대표 엄마를 통해 공유해 주시기도 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스승의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아이들 루틴은 지금도 조금씩 조정해 나가고 있다. 학원 종류, 방과 후 등록여부, 그리고 맞벌이의 복병인 방학에 따라 시간표 버전이 열개가 훌쩍 넘어간다. 없어서는 안 될 딸둥이 다이어리는 이제 세권 째다.
그렇게 긴장과 설렘으로 시작한 초등학교 입학 시절을 지나 하루하루 테트리스처럼 살아온 지 2년이 되었고, 어느덧 3학년이라니.
이제 물리적인 준비보다는, 학업이나 마음관리 류의 내면을 면밀히 돌봐줘야 하는 시기라고들 한다. 이 역시 두렵고 겁부터 난다.
그래서 2023년 1월 지금, 책 세 권을 구입했고, 슬기로운 초등생활 유튜브를 정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