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아홉 시. 이제 코잠방으로 들어갈 시간인데 아이는 아직도 분주하다.
낮에 했어야만 하는 학교 독서기록장 쓰기와 수학 문제집 풀기를 아직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을 중요시하기에, 평소 같았으면, 미리 왜 안 했냐, 하지 말고 들어가자라고 말했을 거다. 하지만 오늘은 그 잔소리마저 할 기운이 없었고,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싶어 침대 옆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앉아 책을 읽었다.
몇 번이나 내 눈치를 보고 드디어 할 일을 다 마친 아이는, 입이 귀에 걸려 세상 행복한 표정을 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언제나 그렇듯 책 읽는 내 옆에 누워 무릎에 포동한 얼굴을 부비대며 불현듯 질문을 한다.
"엄마, 밤이 좋아, 낮이 좋아?"
"응. 둘 다 좋아."
"음.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밤이라고 할 거야."
"왜~?"
"밤에는 불을 켜면 주변이 어두워서 내 자리가 더 잘 보여. 그리고 또 졸리면 이렇게 불을 끄고 코오 잘 수도 있고. 포근하고"
그렇게 아이와 나는 노란 조명의 스탠드 불을 끄고 함께 침대에 누워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제보다 한 결 가뿐해진 몸으로 출근 준비를 했다.
운전대를 잡고 새벽안갯속을 지나가다, 아이가 전날 밤 한 말이 다시 떠오른다.
최근,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 놓여진 것 같았었다. 그곳에서 당장 손을 뻗어 잡히는 것들만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며 제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불을 켤 생각을 못했다. 푸욱 쉴 생각도 못했었다.
어둠이 와도 괜찮다.
어둠 속에서 불을 환하게 켜면 내 길을 걸어갈 수 있다.
길을 걷다 힘이 들면 불을 끄고 푹 쉴 수도 있다.
그렇게 한숨 깊이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은 어제보다 더 나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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