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품에 안겨 출근하는 아이

by 리유

아침 7시 15분.

제법 추운 날씨다. 해도 짧아져 아직은 어둑어둑하다.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고 사무실 출입구로 향하는 길이었다.

고개를 들어 앞으로 시선을 옮기니 허겁지겁 걸어가는 한 남녀가 보인다. 서로 가까이 붙어가는 걸 보니 사내커플인가 보다.

그런데, 가만히 바라보니 여자의 머리가 유독 부스스하다. 아니, 머리를 채 말리지 못했는지 머리카락 끝이 젖어있다. 남자의 오른팔에는 노트북 가방이, 왼팔에는 커다란 천가방이 걸려있다.


여자는 본인의 겉옷도 잘 여미지 못한 채 종종 거리며 남자의 앞을 왔다 갔다 살피며 걷는다. 손으로 무언가를 추스려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무실 출입구에 다가서자 주머니에서 아이디카드를 꺼내 남자가 지나가도록 문을 열어준다. 그 뒤를 종종 거리며 쫓아가더니 이내 빠른 걸음으로 남자를 앞질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지금 이곳, 주차장은 5층이다. 사무실로 가려면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그런데 1층으로 내려가는 쪽을 누르는 것이 아닌가. 이 시간에 1층으로 가면 사내 어린이집으로 가는 건데, 아이가 있나?

궁금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해 그들 옆으로 다가섰다.


엇, 남자의 팔에 포옥 안긴 여자 아이가 보인다.


세 살쯤 되었을까.

아이는 아빠의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보호막이 되어 아이를 감싸주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또각또각 구두소리, 띠리링 출입카드 찍는 소리,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말소리까지, 꽤나 많은 소음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주변만은 고요하고 깜깜한 밤인 듯 보였다. 그렇게 아이는 쌔근쌔근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순간 눈가가 아려왔다.


아이는 동이 트기도 전에 침대에서 눈을 떠야만 했을 것이다. 엄마는 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깨우고 옷을 입혔을 것이고.. 그러다 차에서 다시 꿈나라로 향한 게 아니었을까.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얼마나 서둘렀을까. 자신들의 출근준비에 아이 가방까지 챙기느라 정신없이 움직였을게 뻔하다. 곤히 잠든 아이를 깨워 차에 태우고 회사까지 오는 길까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엄마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아이옆에 앉아 토닥토닥거려 주었거다. 깊은 잠을 깨운 게 미안해서, 조금이라도 더 재우려고 말이다.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엄마는 혹여나 찬 바람이 들까 아이 위에 덮인 담요를 이리저리 매만지며 안으로 올라섰다. 아빠의 시선도 아이에게 고정되어 있다.


아이는 이제부터 10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엄마와 아빠가 일을 마칠 때까지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한다. 사실, 어쩌면 아이는 부모의 걱정과는 달리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일하는 내내 아이가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

노트북을 바라보며, 문서를 읽어 내려가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사람들과 대화하며, 아이의 얼굴이, 몸짓이, 목소리가 순간순간 떠오를 것이다.




이제 곧 오후 5시가 다 되어 간다.


아침에 종종걸음으로 아이를 돌보며 출근했던 부부가 드디어 아이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아마도 일에 치여 지친 상태일 테다. 그래도 어린이집 문 앞에 도착해서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안아줄거라 생각해 본다. 자신들을 바라보고 방긋거리는 아이를 보고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만히 상상해 본다.


아침에 타고 온 차를 타고, 셋만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또 아침을 맞이하는 그들을.

그렇게 매일을 애씀과 사랑과 행복으로 채워나가는 모습을.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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