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들아, 함께 오느라 3년이 걸렸구나. 반가워.

이상하고 아름다운 둥이나라 (1)

by 리유


찬 공기 가득한 넓은 교육장에서 1교시 강의를 막 마친 쉬는 시간이었다.


지잉- 지잉- 테이블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꽤 오래 울려댄다.

한 교육생의 질문이 길어진 탓에 거의 마지막 진동인 듯싶을 때 간신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모르는 번호다. 일단 받아보자.


‘여보세요. 네? 네? 정말요? 아. 감사합니다.’


기쁨과 놀라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눈빛이다. 잠시 멍하게 서 있더니, 지면의 반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느릿한 걸음으로 자리로 돌아온다. 책상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 있던 패딩을 주섬주섬 가져와 배를 꼼꼼히 덮고 말을 잇는다.


‘여러분, 남은 한 시간 강의는 앉아서 하겠습니다. 괜찮죠?’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간신히 강의를 마쳤다. 교육생들이 모두 나가고 혼자 남은 공간. 조용히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건다. 빨리 받아라.


‘오빠, 아빠 될 준비됐지? 병원에서 전화 왔어. 있잖아. 임신이래.’

‘진짜? 지금 어디야. 내려갈게. 거기 있어. 아니, 안에 들어가 있어.’


우리는 흔히 말하는 선후배 공채 커플이다.

이날은 마침 그가 일하는 건물 1층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던 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앞에 서 있는 아내를 와락 껴안는다. 등을 연신 토닥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축하해. 잘됐어. 잘했어. 고생했어. 정말 잘됐어.’






결혼 7년 차다.

4년 동안은 일을 즐기는 와이프를 둔 덕에 임신을 미뤄왔다. 한 번씩 심심하긴 했지만 꽤 자유롭고 재미진 신혼 생활을 이어갔다. 그때는,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후 3년 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절망과 매달 마주했다. 3주는 기대감을, 일주일은 슬픔을 반복했다. 희망이 실망으로, 좌절로 이어졌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인정하게 되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난임이라는 것이구나.

병원도 다녀봤다. 수치는 모두 정상이란다. 몸에 좋다는 것도 찾아 먹어 보았다. 운동도 하고, 잠도 규칙적으로 자고, 영양제도 꼼꼼히 챙겼다.

밀가루, 커피,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딱딱하거나 찬 곳에는 그냥 앉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 때는 혹시나 배에 충격이 갈까 늘 조심스러웠다. 먹는 것, 생활하는 모든 것에 예민했었다.

하루에 두 시간 이상 난임 카페를 들여다보았다. 좋다는 것은 꼼꼼히 메모하기도, 남들은 다 되는데 왜 나는 안되나,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건가, 자책도 많이 했다. 그야말로 갑갑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퇴근 후 소파에 둘이 함께 앉아 있던 날이었다. 분명 한 공간에 같이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외로움이 밀려왔다. 살짝 웃어 보였지만 진짜가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슬픔을 머금고 있는 듯했다. 반복된 기대와 실망으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것이다.


포기하기로 했다. 아기를 기다리기 전처럼 지내기로 했다. 먹는 것, 행동하는 것, 그 어떤 것도 조심하지 않던 어느 날, 새 생명이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두 아가가 함께.


아가들은 둘이 함께, 조심히 오느라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게 아니었을까.

예전부터 우리 부부를 향해 바지런히 오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퇴근길. 그가 차에서 웃는 얼굴로 맞이한다.


'몸은 괜찮지? 부모님한테는 말씀드릴까?'

'그래.'


웃는 얼굴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건다.


'우리, 아기 생겼대요. 엄청 고생했어요. 흑흑. 너무 잘됐어요. 정말 잘됐어요.'


세상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 말도 못 잇는다. 저, 저기. 당신, 지금 운전 중인데.


우리는 그날 집에 가는 내내,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마치 첫 데이트를 했던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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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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