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검사를 권유받았을 때-입덧과 우울증(3)
"확률은 60~70퍼센트예요. 그러니까 양수검사받으시기를 권유드려요."
입덧도 지독했는데 임신 중 검사에서는 '다운증후군'일 확률이 높다고 나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검사를 권유해 주셨다. 우선은 남편과 의논해 보겠다고 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정말 어질어질했다.
"검사받아서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하고 싶어?"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에게 오히려 되물었다. 그러게. 나는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걸까.
"글쎄, 그것보다 미리 검사해 놓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나만 처음 아이를 가진 것이겠는가. 남편도 이런 일은 처음이니 당연히 답을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가 혼란스러우니 남편이 나 대신 답을 내 주기를 바랐었다.
이 대화를 나눈 후 우리 부부는 여러 가지를 검색해 보고 생각해 보았다. '양수검사'는 주사기로 양수를 추출해 내어서 태아의 상태를 측정하는 검사라고 하는데, 태아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고 쓰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망설여졌다. 게다가 양수검사의 결과를 빨리 알려면 돈을 더 많이 내야 하고 아니면 한 달 정도 기다려야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고 해서 이 검사를 받으라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게까지 만들었다.
나는 이 사실에 대해서 의논할 상대가 남편 이외에는 없었다. 시댁에 알리고 의논하기도 편하지 않았고, 우리 집의 경우 아빠가 아시게 되면 원래부터 걱정이 많으신 우리 아빠는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에 잠을 못 주무셔서 없던 병도 더 생길 것 같았기 때문에 알릴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나는 그냥 검사를 안 받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면서도 '네가 알아서 하는 게 좋겠다.'라고 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했다.
결론은 누구랑 얘기해도 소용없고 내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장렬히 고민했고, 결국 검사를 받지 않기로 선택했다.
"다운증후군뿐만 아니라 에드워드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는데, 미리 알면 출산할 때 준비를 할 수 있어요. 게다가 확률이 너무 높게 나와서요."
사람 좋아 보이는 의사 선생님은 나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그 후 나는 가끔 악몽에 시달렸다. 이빨이 많이 난 괴물이 나를 쫓아온다던가 하는 악몽들이었는데, 걱정을 안 한다고 말은 했지만 마음속에 있었던 근심이 꿈속에서 괴물로 등장했던 것이 아닐까.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놀이터에서 즐겁게 웃으며 함께 노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면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너희들은 건강하구나. 건강하기만 하면 정말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는 지금, 나는 가끔 아들에게 숙제는 언제 할 것이냐고 묻는다거나 수학의 깨달음은 언제 오는 것일까 한탄하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생각한다.
'그래, 내가 스스로 기도했었지. 건강한 아이이기만 하면 된다고.'
그래, 까짓 거, 뭐 있나. 욕심부릴 필요가 없다. 너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만 해라. 그것도 어려운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