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라.
운전대를 잡으면, 사람은 변한다. 레이서가 되는 사람도 있고, 진짜 모범적으로 운전하는 사람도 있고, 화를 내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본성이 튀어나오는 것인가.
남편은 일찍 운전면허를 따고 교회의 큰 차도 운전하며 많은 가지가지의 사고를 경험했기에 위기에 강하다. 아니, 적어도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남편은 앞에서 깜빡이를 켜고도 들어오지 못하는 답답한 차를 보면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는 옆에서 나직이 이야기한다.
“저런 사람들을 다 내 와이프다, 이렇게 생각해.”
더 화가 나려나?
남편은 ‘정의로운 분노’ 형이다. 한 번은 가족이 모두 차를 타고 교회에 가는 중이었는데 옆에서 웬 차가 훅 끼어들었다. 정말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남편은 화가 단단히 나서 갓길에 차를 세웠다. 이번 건 내가 생각해도 화를 낼만 한 상황이었다.
“다 죽자는 얘기야?”
화를 내면서 남편이 내리자 저쪽 차에서도 사람이 내렸다. 기세 등등하여 상대방의 차로 향하던 남편의 기세가 좀 줄어들었던 것은 그분이 할머님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조석에 타셨던.
차 안에서 나는 혀를 찼다. 저런, 저기에도 본인이 안 내리시고 부인을 타석에 세우시는 분이 있으시구나. 운전석의 할아버님은 미동도 없이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이다. 할머님이 할아버님이 나오시면 싸우게 될까 봐 본인이 나오신다고 하셨을 수도 있고, 할아버님이 할머님을 내보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잘못해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아내를 내보내다니. 남편은 운전자가 연세가 많으셔서 그렇게 운전하시면 본인들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위험하다는 것만 말씀드리고 돌아왔다. 옆에서 어떻게 알고 교통경찰이 와서 도와줄까 물어보셨지만 괜찮다고 하고 보내드렸다.
“오빠, 근데 오빠가 딱 내렸는데, 저 차에서 이렇게 몸이 건장한 무서운 아저씨가 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내렸어?”
차 안에 있던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응, 그럼 경찰 아저씨 불러야지.”
남편도 역시나 조심스레 대답한다.
나는 신혼 때 초보 운전자였다. 운전면허를 딴 것은 대학 때지만 운전을 해 본 일이 없었다. 임신하고 나서 입덧은 심하고 신혼집이 한적한 곳이어서 시내로 나가기가 불편했다. 다녀야 할 병원도 멀어서 우리는 제일 작은 중고차를 구매했다. 우리가 ‘초록이’라고 불렀던 나의 이 첫 차를 몰고 나는 정말 별짓을 다했다. 한적한 길에서 역주행도 해 보았다. 나는 역주행인 줄 모르고 가고 있었는데 앞쪽에 오시던 분이 자기 차선을 의심하시길래 보니까 내가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 미친 듯이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차를 돌렸었던 기억이 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차선을 못 바꿔서 1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에 걸려 다녀온 적도 있다. 임신한 몸으로 병원에 가다가 옆에 오던 큰 공사 차량과 사고를 낸 적도 있었다. 이때의 나는 ‘소심’ 형 운전자였다.
아이를 낳고 난 후 서울로 와서 아이를 데리고 각종 극장, 미술관, 박물관, 공원을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나는 ‘모험’ 형 운전자가 되었다.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뭐하나. 나는 네비와 싸우며 서울 각 골목길을 헤매었다.
“좀 미리 알려줘야 할 거 아냐. 헷갈리잖아.”
그 후 나는 ‘분노형’ 운전자가 되었다.
“아니 저런, 뭐 하는 거지? 깜빡이 안 켜고 막 들어오고?”
“아, 참. 거 되게 답답하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딱 내가 그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