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윤군 엄마, 어디 있는 거야? 윤군이 학교 앞에서 한 시간째 기다리던데?”
나는 깜짝 놀라서 점프하듯이 일어났다.
“뭐? 언니, 오늘 1시에 끝나는 날 아녜요?”
“무슨 소리야, 오늘 수요일이쟎아. 일찍 끝나는 날.”
나는 아이 친구 엄마에게 전화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차키를 챙겼다. 미치겠네. 난 왜 이러니.
학교 앞으로 급히 가보니, 아무도 없는 황무지 같은 교문 앞에 아이가 서 있었다. 1학년들은 다 끝나서 엄마들이 다 데려가고 정말 아무도 없었다.
나를 보자 윤군이 정말 반가운 얼굴로 환히 웃는다. 마치 봄날의 노오란 개나리 같은 웃음이다.
내가 얼른 뛰어가서 미안한 마음에 얼른 가방을 받아 들었다.
“윤군아, 얼마나 기다린 거야, 엄마가 미안해서 어쩌지. 엄마는 오늘 1시에 끝나는 날인 줄 알았어”
윤군은 배시시 웃는다.
“괜찮아. 근데 다리는 좀 아팠어.”
아이는 오히려 내가 속상해할까 봐 덧붙인다.
“엄마가 무슨 일 없으니까 괜찮아.”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났다. 아이가 화를 냈으면 좀 덜 미안했을 텐데, 오히려 웃어주니까 죄책감이 배가 되었다.
“진짜 미안해, 다리 많이 아팠지?”
아이는 나를 달래며 말해준다.
“엄마, 진짜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대체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란 말인가. 그날 오후 나는 우체국에 들러서 ‘알뜰폰’을 구매하여 선물하였다. 그 휴대폰이 나의 건망증을 도와주고 아이가 어려움을 당하지 않게 하게 도와주기를 바라며.
이제는 아이는 끝나고 자기가 알아서 학원을 다니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고학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실수를 하곤 한다.
“엄마, 괜찮은 거야? 별 일없지?”
나는 푸드덕거리며 일어나 앉아서 전화를 받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
“오늘 피아노 가는 날이라 책가방 챙겨 준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시간이 다 되어서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엄마가 안 받아서.”
헉. 이번에는 잠이 들었었다. 요즘 일을 많이 벌여놔서 어젯밤에 늦게까지 수업 자료를 제작하다가 새벽 늦게 잠을 잤었더니 깜빡 졸았나 보다. 10분만 눈을 붙인다는 게 눈을 떠보니 1시간이 가 있다.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피아노 학원은 10분 지각을 했다. 와. 진짜 나는 왜 이러나.
윤군이 내가 전화를 안 받자 걱정되어서 남편과 엄마에게 전화를 했어서 이미 이 사건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별일 없지? 아, 자다가 그랬다고? 다행이네. 윤군이 엄마가 납치된 건 아닌지 얼마나 걱정을 하던지.”
납치? 웬 납치?
“내가... 납치?”
“우리 엄마가 전화를 이렇게 안 받을 리가 없다고 걱정을 하더라고. 납치라도 된 게 아니냐며.”
그렇군. 납치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함께 외출을 하려고 문을 나설 때는 늘 윤군이 생글거리며 내게 묻는다.
“차키 챙겼지? 지갑 챙겼고? 뭐 또 나가면 필요한 거 있으면 지금 생각해 봐.”
아이고야. 어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