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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26. 2022

주인공이 아닌 직업

-‘탑건: 매버릭’을 보고 남편에 대하여.

“남편은 공군이에요.”

내가 말하면 다들 ‘파일럿’이냐고 묻는다. 남편은 파일럿이 아니다. 전투기 정비사이다.


탑건 1편을 봤을 때, 남편은 나와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보았을 때 나는 잘생긴 탐 크루즈와 그가 해내는 멋진 비행만을 보았었다. 그런데 최근에 개봉한 탑건 2를 볼 때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시동을 걸어주고 수신호를 주고 점검을 하고 있는 정비사들의 모습도 자세히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남편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직업의 극히 일부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정비사는 예전에 EBS의 극한직업에도 나오는 직업이었다. 비행기에 관련된 모든 자잘한 점검을 담당했으며 엔진을 살펴야 할 때에는 좁은 공간에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야 했다. 게다가 더울 때는 더운 곳에서 추울 때는 추운 곳에서 일했다. 그래서 남편은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면 직업이 너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직업을 선택할 수 있어. 그리고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할 수 있어.”라고 말하곤 한다.

     

정비사인 남편은 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남편은  자신이 정비한 전투기를 타고 누군가 비행을 해야 하고 그 사람의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늘 의식하고 있었다. 더욱이 어제 인사했던 조종사가 오늘은 사고에 휘말려 죽게 되었다고 들었을 때의 절망과 공포에 대해서 경험하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늘 정비사는 두 번, 세 번씩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남편은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은 아니라고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여유롭지 못했던 가정 형편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일이었고, 기왕에 선택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공군의 꽃은 조종사, 즉 파일럿이다. 파일럿들은 많은 교육을 받았고 목숨을 거는 직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그들은 주연을 맡는다. 하지만 주연은 혼자 존재하지 못하는 법이다. 주연의 옆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조연들이 따라붙는다. 군대에도 다양한 종류의 일들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없으면 파일럿도 존재할 수 없다.

“조종사들이 우리를 무시한다면 그건 정말 좋지 않은 일이야. 자기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잖아.”

언젠가 남편이 한 말이다.      


언제나 나는 영화가 끝나고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 쭉 올라가는 것을 보곤 한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올라간다.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사람, 특수 효과를 내고, 특수 분장을 하고, 심지어는 장소만 섭외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아이와 그 이름들이 뜨는 것을 보면서 외국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안에서 한국 이름을 찾는 다던가, 어떤 일들을 담당한다고 나오는지 살펴보고 이야기하곤 한다.  

   

나는 늘 내 인생과 직업에서 주연이 하고 싶었다. 내가 돋보이고 싶어 하면서 살아왔었다. 하지만 남편이 스스로 주연이 아닌 삶을 선택했지만 묵묵히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 깊이 존경하는 마음이 들곤 한다. 누구나 주연일 필요는 없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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