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신애 Jul 09. 2022

아이가 일찍 말을 시작한 이유

잘 들어주는 아이

나에게는 11년을 사귄 오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나와 같은 집에 살며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 

그렇다, 그 친구는 바로 '아드님'이다.


나의 친구이자 아들인 윤군(이제부터 이렇게 부르겠다.)은 운동신경은 좀 더디게 발달했으나 언어 능력은 정말 빨리 발달했다. 그 이유는 내가 엄청난 '수다쟁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고 말하기를 엄청 좋아하는 성격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마 수다를 입으로 말고 손으로 떨고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아이를 낳고 밤 낮 없이 젖을 물리고 분유만 타고, 이게 낮인지 밤인지도 헷갈리는 현실 속에 살아갈 때 너무 힘들어서 나의 '수다 본능'은 잠시 힘을 잃었었다. '수다 본능'은 힘을 잃었을 뿐이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결국 참을 수 없어져서 아이를 붙들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나의 수다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뒷자리 카시트에 앉은 아가 친구에게 이야기를 재잘거렸다.


"윤군아, 오늘 날씨 진짜 좋지 않냐? 와! 봐봐. 노란 꽃이야. 벌써 봄이 오고 있는 거 같아. 윤군, 지금 마트 가는 길인데 사람이 많을까?"


그리고 마트에서도 대화를, 아니 수다를 시도했다.


"윤군, 이 분유가 괜찮겠니, 저 분유가 괜찮겠니? 와, 이건 겉면에 예쁜 염소가 그려져 있네. 아니구나, 양이래."


심지어 나는 말을 걸면서 까르르 웃기도 했다. 

옆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미친년의 모습이었다.


아가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어린이가 되었을 때는 더 심하게 수다를 떨었다. 가끔 어린이 친구를 어린이집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도 어린이가 뒤에 타고 있다고 착각하고 말을 걸기도 했다.


이것은 결코 아이에게 말을 빨리 시키기 위한 나의 노력은 아니었다. 그냥 내가 떨고 싶어서 떤 수다였을 뿐이다. 음식을 할 때도 나는 설탕을 몇 숟가락 넣는 게 낫겠냐고 윤군에게 물었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성경 이야기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삼국지와 사조영웅전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이야기들을 해주곤 했다.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말도 못 하는 아가 윤군 때부터 마치 아기에게 읽어주는 것 같은 모습으로 앉아서 내 책을 읽어주거나 동화책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바꾸어서 읽어보는 등 엽기 행각을 벌였다. 그냥 읽으면 너무 심심하니깐.


아이는 내가 너무 시끄러워서였는지 너무 많은 인풋(input)이 있어서 감당을 못하겠는지 입을 일찍 열었다. 그리고 이제 집에는 수다쟁이가 두 명이 되었다. 


이전 19화 낳자마자 샘솟던가요? 사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