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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28. 2022

아, 잘 놀았다.

-나도.

“아, 정말 잘 놀았어, 엄마.”

병설 유치원을 졸업했을 때 아이가 내게 해 준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나에게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으니까.     


아들은 아기 때, 문화 센터도 가고 싶지 않아 했다. 나는 좀 집에서 나가고 싶은데 아이는 집에만 있고 싶어 했다. 예를 들어 ‘미술로 생각하기’ 활동을 참여하면 아이는 그림을 그리거나 물건을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들이 더럽다고 호소했다. ‘지지, 지지, 지지.’ 헐. 나는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 문화센터는 패스. 뭐 그럴 수도 있지. 

다음 단계는 어린이집이었다. 그런데 여기도 뭐. 처음은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한 달 동안 너무 많이 울어서 계속 데리러 오라고 했기에 어린이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데리고 와야 했다. 어린이집과 집과의 거리가 좀 있어서 데리고 오고 가는 시간이 더 걸릴 정도였다. 어렵사리 어린이집을 적응하고 나서, 나는 가능하면 아이를 또래와 어울리게 하려고 노력했다. 학원은 안 가도 놀이터와 친구 모임은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는 점점 적응하는 듯했다. 

    

사립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를 병설 유치원에 보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유치원비의 차이 때문이었다. 병설 유치원은 무료였다. 그러니 그 차이가 클 수밖에. 둘째, 학교 보내기 전 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서 해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병설 유치원은 9시에 시작해서 12시에서 1시 정도에 끝난다. 우리 집과의 거리를 생각하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에 와도 설거지하고 청소하면 다시 데리러 가야 할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써 버릴 수 없었던 나는 아이의 유치원 앞에서 운동을 한다던지 산책을 했다. 유치원 앞의 카페에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렸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종일반이 아닌 아이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나오는 친구들은 모두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아이들은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서로 어울려 놀았다. 마침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아이들은 곤충도 잡고 놀이터에서 놀기도 했다. 그러다가 일찍 끝나고 나오는 남자아이 3명의 엄마가 친해지게 되어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 시작했다. 박물관, 도서관, 각종 공원, 한강변 등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놀았다.

      

병설 유치원에서의 2년이 끝났을 때 아이는 “아, 잘 놀았다.”라고 말했고, 그 후의 학교 생활은 오히려 나에게는 쉽고 편했다. 아이가 적응을 잘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디에 보내도 아이는 친구를 금방 사귀어 온다. 아들은 남편의 말로는 ‘사막에 가서도 온풍기를 팔아 올 놈’으로 성장했다.    

  

나는 아직도 가끔 주말에 아이들이 모여 놀 때 나가서 함께 뛰어 놀기도 한다. 아이들은 착하게도 마흔이 넘은 아줌마가 함께 피구를 하고 잡기 놀이에 끼어도 함께 놀아준다. 그 시간은 참 귀중하다. 지금이 지나면 이 시간이 또 언제 오겠는가.     


나도 “아, 참 잘 놀았다.”라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깔깔깔 웃어본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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