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신애 Jul 13. 2022

너를 기다리는 수많은 또라이들을 극복하기 위해

엄마가.

또라이: 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가지고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우리말샘)      

    

아들아, 네가 전에 유치원에서 너무 힘든 친구가 있어서 우울해한 일이 있었지? 그 친구가 이해가 안 간다고.  엄마도 무슨 말인지 알아. 비가 오던 어느 날, 엄마가 너를 데리러 갔는데 마침 너희가 나오더구나. 너희는 빗물로 만들어진 웅덩이에서 참방참방 장난을 쳤지. 네가 그 친구에게 칭찬을 해 줬어. “N아, 너 장화 멋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심술궂은 얼굴로 네 장화를 보며 말했지. “네 건 싸구려처럼 보이네.” 

그래, 그 친구는 그때에는 너에게 또라이인거지. 네가 힘들어하는 거 이해할 수 있었어. 이해가 잘 되지 않지? 그럴 거야. 그런데 앞으로도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날 거란다.     


네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또 너랑 안 맞는 친구를 만났지. 그런데, 아들아. 또라이는 피해 갈 수가 없는 거란다. 이걸 우린 ‘N의 법칙’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N을 피하잖아? 다른 곳으로 가도 N은 항상 있어. 슬프지?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어. 우리는 다 함께 살아가는데, 이 사회에는 나랑 딱 맞는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고, 딱 맞는 사람들도 가끔은 서로 틀어진단다.     


거기다가, 더 놀라운 걸 알려줄까? 아들아, 너도 누군가에게 또라이가 될 수 있어. 너는 잘 모르겠지? 유치원에서 봤던 건데, 네가 B와 친해지고 싶어서 옆에 있는 M을 밀어내고 B옆에 앉았었어. M의 입장에서 본다면, 누가 또라이일까? 너야. 우리는 이렇게 늘 또라이를 만나며 누군가에게 또라이가 되어가며 살아가고 있단다. 아, 아, 이유가 있었다고. 알아. 아마 너에게 또라이가 되었던 그 친구들도 말은 못 했어도 이유가 있었을지 몰라.     


자, 그럼 또라이를 피해 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지 함께 있을 때 버텨내는 법을 익혀야지. 아, 그렇게 힘들게 하는데 어떻게 버티냐고? 진짜 정신이상자 또라이를 만나면 그건 피해야지.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의 성격차이일 경우가 많아. 그럴 경우는 우선 이빨을 꽉 물어야 해. 그리고 우리가 항상 얘기했듯이, 분노하면 누구 손해라고? 맞아, 내 손해야. 내가 화를 낸다고 또라이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단다. 나의 정신만 해칠 뿐이야. 쉽지 않지.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해. 그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면 나도 그 사람의 수준이 되는 거란다. 그건 싫지?     


엄마도 수많은 또라이들을 만났고, 많이 울었어. 얘기했었지? 전에 교회에서 엄마가 리더십으로 섬길 때에 어떤 여자분이 왜 자기를 보면 항상 웃냐고 그러더라. 특별히 그분을 보고 웃은 게 아니고 그냥 사람들을 보면 웃어줬는데 말이지. 웃어줘도 문제야. 마음은 상하지만 어쩌겠니. 그건 그 사람 감정인데. 그리고 엄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또라이가 되어줬었을 거야. 다들 얘기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니까 우리, 잘 극복하며 살아보자. 

이제는 네가 친구 사이에 힘든 일이 있어서 속상해하다가도 스스로 지혜롭게 처신하고 이겨나가는 것을 보며 나보다 낫구나 하고 생각했어. 너는, 나보다 낫단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더욱더 나아질 거야.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건 거의 없단다. 대부분 너 혼자 겪어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들 투성이지. 하지만 기억해두렴. 나는 항상 네 편에 있을 거고 너를 응원할 거고, 너를 위해 기도할 거란다. 그것뿐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