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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Aug 02. 2022

곡주부인(斛珠夫人)

-진위정, 양미, 서개빙

안녕하세요? 중드, 뭐 볼까? 의 김신애입니다. 오늘도 역시 한글 번역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막 없이 마지막 편까지 보게 되었던, 아니, 볼 수밖에 없었던 드라마 '곡주부인'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오래간만에 또 시동 걸렸던 드라마네요.


곡주부인은 사극입니다. 요즘 중국은 역사를 드라마로 다루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대징'이라는 없는 나라를 배경으로 진행됩니다. 역사 드라마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해도 이건 역사를 배경으로 못 썼을 거예요.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의 연속이거든요. 이 드라마에는 불행이라는 불행은 다 겪은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슬픈 것은 아직 이들이 겪을 불행은 많이 남았다는 거죠. 


원작 소설 있습니다. 그런데 설정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원작은 더 어이없는 설정이었어요. 남자 주인공이 환관, 곧, 내시로 나온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이 설정은 바꾼 것이 더 설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저 역시 원작을 읽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주연은 '삼생삼세십리도화'의 주연이었던 양미 배우입니다. 양미 배우는 역시 감정 표현에 능하고 고전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야무지고 똑똑해서 아무리 밀어내도 굴하지 않고 내 남자를 지키는 당찬 '해시'의 역할을 잘 연기해 냈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해시를 거두어 키운 사부님의 역할로 '진위정'이 맡았습니다. 천하무적이고 지략에도 능하지만 해시를 사랑하는 것만 바보 중의 바보더라고요. 방감명은 해시를 사랑하지만 늘 밀어내는 역할입니다. 그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 극 전체를 지배하는 이 남자 집안의 특이한 핏줄에서 오는 '백해'라는 능력 때문입니다. 이 능력은 제가 보기에는 정말 '백해무익'한 능력인 듯해요. 이 말도 안 되는 능력 때문에 그는 평생을 고통받습니다. 어떤 능력인지 조금 이따가 설명해드릴게요. 한 명의 주연이 더 있습니다. 황제 역의 '서개빙'입니다. 서개빙 배우는 '보스가 결혼하재요'라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조명을 받은 배우이지만 맡는 역할마다 같은 연기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제2 남주로 이름을 올려서 웬일로 주연이 아니네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을 맡은 이유가 있더라고요. 서개빙 배우의 변신 성공작이 되었습니다. 서개빙 배우의 황제는 처음에는 미친놈인 줄 알았어요. 드라마 초반부에 사람들 댓글이 '이 황제 미친놈이냐.'같은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 황제에게는 정말 슬픈 사연이 있어요. 사랑하는 부인이 죽어버렸고 자신과 제일 친했던 친구 방감명이 자신의 백해가 되었던 것이죠. 이제 설명드릴게요, '백해'란 방 씨 집안만 할 수 있는 계약의 술법같은 것인데요. 황실 사람과 피로 계약을 맺으면 황제는 독약을 당해도 죽지 않고 칼로 찔려도 상처도 나지 않게 돼요. 바로 백해인 방 씨 집안의 후손이 이 독과 상처를 모두 감당하게 되는 것이죠. '액받이 무녀'같은 거예요. 황제는 자신의 부인을 따라 죽고 싶지만 죽을 수도 없어요. 자기 친구가 대신 죽을 것을 알기 때문이죠.


이 드라마는 이 답답한 설정을 유지하며 진행이 됩니다. 드라마가 비극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드라마의 제목이 '곡주부인'인 이상 원작대로 해시는 방감명이 아닌 황제에게 시집을 가야 하기 때문이죠. 이유는 있지만 어쨌든 그녀는 방제의 손으로 황제에게 바쳐집니다.


저는 원래 결말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결말이 좀 노출되더라도 제 감정을 노출하게 될 것 같아요. 그 어떤 비극보다 엔딩 후의 기분이 찝찝했거든요. 마치 해피엔딩이 되는 것처럼 극적인 행복함을 주었다가 그것을 통째로 뺐어가는 극의 흐름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좀 그래요. 계속 줬다 뺐고, 될 듯하게 보여주다가 가장 잔인하게 짓밟습니다. 게다가 두 주연 배우들조차 엔딩에서 자신들이 죽는지 사는지 몰랐다고 해요. 엔딩신이 어떤 신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죠. 


제가 가장 오열했던 눈물 버튼 장면은 해시와 방감명이 제일 마지막에 함께 나오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은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 주지 않습니다. 방감명이 상황을 설명하자 영민한 해시는 그가 원하는 바를 얼른 파악합니다. '你真好.' 방제의 해시를 향한 이 대사는 참 가슴이 아립니다. 사랑하는 여인이자 자기 손으로 키워낸 여인, 그리고 가장 행복하기를 바랐지만 어쩔 수 없이 짐을 맡겨야 하는 해시를 바라보며 그는 눈물을 삼키며 이 대사를 합니다. 


곡주부인은 예상보다 인기가 높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인생 드라마로 남았어요. 가끔 울고 싶어지면 눈물 버튼이 달린 이 드라마를 찾곤 합니다. 


오늘은 비극의 대서사시, '곡주부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가벼운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이상으로 '중드, 뭐 볼까'의 김신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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