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와 젠틀몬스터
2000년대 이후 주방과 거실을 구분하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주방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냉장고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는 사회가 만들어낸 인식보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층에 진입하게 되어 생겨난 현상인데요. 삼성은 그들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맞춤형 제품과 경험강조의 브랜딩 전략을 세웁니다.
그렇게 2019년, 가전 구매의 패러다임을 바꾼 BESPOKE(BE 되다, SPOKE 말하다의 합성어)가 출시됩니다. '말하는 대로 된다'라는 뜻이 담긴 브랜드의 이름 그대로, 비스포크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자신만의 스타일과 선호도에 맞게 맞춤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삼성은 고객들이 제품을 더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죠.
예를 들어 '비스포크 냉장고'는 다양한 색상, 디자인, 크기, 그리고 기능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시리즈로, 소비자가 주방의 인테리어나 개인 요구에 따라 완전히 맞춤화된 냉장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비스포크 TV'는 홈 엔터테인먼트 체험을 개인화하는데 중점을 두며, 화면 크기, 해상도, 스피커 구성 등을 선택하여 소비자의 취향과 공간에 맞춤화된 TV 시청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후 비스포크는 냉장고, 에어컨, 무선 청소기를 넘어 Z 플립까지 영역을 확장합니다.
(그림 2. 삼성 비스포크 조합하기 웹사이트)
2011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젠틀몬스터는 2020년 기준 브랜드 기업가치 1조 중반대, 전 세계 30개국 400여 개 매장을 가진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합니다. 젠틀몬스터는 어떻게 10년 만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젠틀몬스터는 '세상을 놀라게 하라'는 브랜드 철학아래 혁신적인 디자인과 미학에 대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도 판매 공간을 경험 공간으로 승화시킨 공간 마케팅으로 유명합니다. 2013년 논현동의 쇼룸을 필두로 홍대, 북촌, 도산 등 누구도 행하지 않았던 몰입형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매장)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는데요. 이후 다양한 전 세계 도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었으며 각각 고유한 주제와 디자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은 쇼핑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을 위한 경험적인 여정을 제공합니다.
(그림 3. 하우스 도산의 내부 모습)
이런 공간마케팅 덕분이었을까요? 젠틀몬스터의 쇼룸엔 제품을 구매하는 이보다 SNS에 업로드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는 바이럴 마케팅(사람들 사이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을 유도하게 되는데요. 인플루언서, 연예인 등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SNS에 공간을 업로드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 또한 올라가게 됩니다. 이후 제니, 손흥민 등 다양한 국내외 톱스타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들이며 브랜드를 확장했습니다.
(그림 4. 젠틀몬스터 포토존과 블랙핑크 제니)
이런 젠틀몬스터도 처음부터 제품이 잘 팔리진 않았다고 합니다. 제품이 왜 팔리지 않는지 고민하던 찰나에 어느 날 '한국 여성은 작아 보이는 얼굴을 위해 큰 렌즈를 선호한다'는 말을 듣고, 큰 렌즈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 배우가 이 시리즈를 착용해서 더욱 유명해지게 됩니다. 결국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국내 셀럽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던 것이죠.
(그림 5.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배우)
젠틀몬스터의 모기업인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아이웨어 브랜드의 성공만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후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탬버린즈, 누데이크'를 론칭하여 사업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는데요. 이 브랜드 모두 경험을 중시한 콘텐츠, 공간마케팅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림 6. 왼쪽 하우스 도산의 탬버린즈와 오른쪽 누데이크의 메뉴)
오늘은 첫 국내의 주요 브랜딩 사례를 파헤쳐 봤는데요. 단순한 제품만이 아닌 소비자의 욕구를 건드는 경험을 고려한 똑똑한 브랜드가 더욱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이번 글에 이어 다른 국내사례를 가지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