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흘러 2025년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9월이라는 것이 잘 실감 나지 않네요. 벌써 올해의 2/3가 지났다니,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 걸까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라진다던데 정말인가 봐요. 혹자는 '나이 = 현재 속도(XX km/h)'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저는 대략 시속 40km 언저리로 달리고 있는 셈인데, 엄청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절대 느리지도 않은 속도네요. 전방주시를 더 잘해야겠어요.
최근에 시간이 왜 이리 빨리 흘러갔나 돌이켜 보니 (나이 탓도 있겠지만) 요즘 하루가 가득 차 있었던 탓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긴 휴가로 텅텅 비워둔 그릇을 회사에서 다시 채우다 보니 또 금방 넘쳐 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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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과 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담고 달달한 초코과자를 입에 문 채 동네를 한바퀴 돌았어요. 산책하기에는 여전히 더웠지만 그늘을 따라 걸으니 또 걸을만했습니다. 커피 덕분인지 잠깐 머리를 식힌 덕분인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생각이 많고 마음 한켠이 갑갑할 때, 뽑아낼 단어들이 많아 글이 잘 써지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런 글들은 누군가 읽어주기 위한 빚어짐 없이 그저 원료 그대로 밀려 쏟아져 나오는 점토 같았어요.
그 점토로 큰 기둥을 세울 수야 있겠지만 정작 세상에 녹아드는 것은 가벼운 솜사탕 같은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가벼운 마음에 폴랑폴랑 글을 쓰는 이 느낌이 참 좋아요. 글을 쓰는 지금도 커피 향은 아직 코끝에 아른거리고 입안 구석에서 단맛이 너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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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크게 해 봅니다. 시속 40km로 달리기만 하다가는 다리가 저려서 운전하기 힘들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산책을 하며, 일상이 지나는 길 곳곳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상상을 했어요. 여행하듯 살면서, 빨간불에는 멈춰 주변 풍경도 보는 여유가 필요하겠습니다.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 중에는 오징어게임처럼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남보다 먼저 도착하기 위해 태어났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정의하기 나름이 아닐까요? 속도가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닐 거라 믿어 봅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산책을 하며 또 떠오른 것은 8개월간 달성하지 못했던 계획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체중감량이었습니다. 3키로만 빼자, 했었는데 결국 1년 내내 현상유지만 하고 있거든요. 아까 먹은 초코과자가 떠올라 죄책감도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현상유지가 어딘가 하며 합리화해 봅니다.
못한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해낸 것들에 의미를 둬야겠습니다. 음... 8개월 동안 일도 열심히 했고, 여행도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브런치도 열심히 쓰고 있고 독서도 코칭과 러닝도 꾸준히 했습니다. 사람도 정말, 정말 많이 만났어요. 지금 돌이켜 보니 정말 시간이 빨리 갈 수밖에 없었겠네요.
해낸 것들에 만족할 줄 아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가끔 우리는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결핍에 지나치게 종속되곤 하니까요. 그러니, 저는 오늘 8월을 마무리하며 저 스스로를 칭찬해 봅니다.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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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한 달만큼 나이를 먹어 속도가 아주 조금 빨라지겠지만, 마음을 토닥이며 조금씩 나아가 보려 합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노란불에는 무리하지 않고 멈추는 여유를 갖겠습니다. 운이 좋다면, 멈추어 둘러본 거리에서 솜사탕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