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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든 Dec 12. 2021

관계의 사계절 : 마음의 자전축

 얼마 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계절이 생기는 이유가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 변화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


 지금까지 나는 4계절이 생기는 이유를 단순히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거리가 멀어졌다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주치는 상식 없는 사람들'과 관련된 한 게시물에, 어떤 분이 달아 놓은 댓글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다.


"참 상식 없는 분들 많아요. 대화를 하다 보면 기초적인 과학 상식이 없는 분도 얼마나 많은데요? 이를테면 사계절이 생기는 이유가 태양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기 때문이라고 믿는 분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나름대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속으로 연신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읊으며 계절이 생기는 이유를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정리하자면, 지구는 기울어진 상태에서 태양을 회전하기 때문에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울어진 기간 동안 북반구는 여름이 되고 남반구는 겨울이 된다.


 근데 이거 고등학교 때 배운 건가? 배웠겠지? 

 아니 근데, 애당초 평소 일상 대화를 할 때 지구의 자전축 얘기를 왜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어찌 됐든 나의 상식 부족에 부끄러움을 느꼈고, naive 하게 추측한 내용을 상식이라 생각했던 내 모습에 다시 한번 부끄러웠던 순간이었다.





 다만 나의 지구과학적 부족함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깨닫게 된 점이 있다. 그것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계절이 바뀐다는 사실은 마치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지구가 기울어진 것은 상대를 대하는 태도의 기울기와 닮았다. 


 우리는 때로 태양 쪽으로 몸을 기울이듯 상대와의 관계에 몰입하고 양껏 에너지를 받아들이다가도, 때로는 뒷짐을 지고 에너지를 조금 덜 받는 대신 추운 겨울을 감수한다. 물리적으로 멀어지고 가까워짐 보다는 내 마음의 기울기 변화가 관계의 계절을 선택하고 관계의 온도를 결정한다.


 마음의 기울기는 실제 행동의 변화로도 드러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대화할 때면 몸을 상대 쪽으로 기울여 상대의 말을 경청하려 한다. 물론 싫은 사람과 대화할 때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기도 한다. 





 우리는 긴 인생에서 잠시 스쳐갈 뿐인 직장 상사에게 마음을 기울이느라, 정말 중요한 가족과의 계절은 추운 겨울로 내버려 두고 있지 않는가? 더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을 상대할 때도 몸을 뒤로 기울이고 상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는 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지? 


 물론 매일매일의 인간관계는 유동적이어서 항상 같을 수는 없다. 때로는 가까워 친밀했다가도 작은 계기로 틀어지고 멀어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추워지고 따뜻해지는 하루하루의 날씨 변화를 쉬이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계절 다음에 어떤 계절이 올 것인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예측가능성은 우리가 어떤 각도의 자전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상대와의 물리적인 거리를 매 순간 매 상황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는 없다. 대신 상대를 향한 마음의 자전축만은 항시 내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최대한 기울이고, 상대와의 교감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가 되기를!



Photo by Guillaume de Germa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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