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늘 빛나고 있음을]
인사팀 업무를 하다 보니 현업의 팀장님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다. 친한 팀장님 몇몇과는 가끔 술 한잔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럴때면 회사에서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팀장님이 그저 동네 형님 같은 느낌이다. 가끔 팀장 못 해 먹겠다는 넋두리를 들을 때면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대다수의 팀장들은 '팀원'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래서 팀장들과의 대화는 '팀장' 본인의 이야기보다 '팀원' 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가게 된다. 주제를 '팀원'이라는 한 단어로 통칭했지만 팀원과의 관계, 팀원의 성과, 육성, 이동, 근황, 사건사고 등 세부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본인의 커리어를 신경 쓰기만도 버거울 텐데,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듣고 다독여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인사팀 소속인 내게 시시콜콜 속사정을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러워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팀장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좋은 분들이다.
반면에 모 회사의 한 지인은 팀장이 너무 못살게 굴어 휴직을 한다고 한다. 스토리를 들어보니 팀장이 거의 소시오패스급이다. 퇴사를 하지 않고 휴직으로 그치는 게 대단할 지경이다. 팀장도 그저 본질은 회사원이고 사람이기에, 어디에나 빌런이 있고 온도차는 있을 것이다.
간혹 팀원 한 명 한 명의 노고를 간과하는 팀장들이 있다. 그들은 임원의 니즈나 보여지는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라는 과정이나 스토리가 아닌,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런 조직은 겉보기에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엔진이 고장 난 자동차처럼 쉽게 동력을 잃고 만다.
하지만 꼭 그들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회사는 결과로 말하는 곳이다.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더라도, 결정적인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그 가치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성과가 없는 조직에는 MVP가 나오기 어렵다. 누가 진정으로 최선을 다했는가는 쉽게 알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인사팀이라 해도 모든 회사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는 없기에, 누군가에 대해 판단할때면 보여지는 성과와 주변 평판에 의존하여 추측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주변 여론에 많이 의존했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인 이제는 사람을 주변 얘기만으로 100%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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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알지 못할 뿐, 누구나 어떤 측면에서는 또는 어느 장면에서는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팀장이든 팀원이든, 인정받는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사람은 입체적이며, 가변적이다. 맥락 없이 한 사람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람을 판단한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코칭’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회사 사람들과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자주 가지고 있다. 코칭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아무리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크고 작은 마음속 인생 고민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커리어나 회사생활과 같은 고민들로 시작된 코칭은 삶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담론들로 마무리되곤 한다 '30분 일찍 일어나기'처럼 소소해 보이는 목표라 할지라도 그 이면에는 시간을 더 가치있게 쓰고 싶다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낮이든 밤이든, 회사에서든 가정에서든, 대부분의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빛을 내고 있다. 나처럼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집을 청소하고 가족들의 옷을 개는 주부, 이른 새벽 들판에서 곡식을 돌보는 농부들, 모두가 잠든 밤거리를 깨끗이 비우는 청소부, 긴 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요원까지. 우리 모두는 아무도 보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별처럼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니, 잊지 않으면 좋겠다.
당신은 늘 빛나고 있음을.
우리는 가끔 지치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자신을 깎아내린다. 세상은 자주 냉정하고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빛을 뿜어내었으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하여 당신이 빛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넓은 우주에 거대한 별이 수없이 많다 하여 작은 별이 빛나지 않는 것은 아니듯이, 낮에도 별은 빛나고 있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빛난다.
그저 나는 남들과 다를 뿐이다. 그러니, 타인과의 비교를 줄이고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기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작은 촛불로도 어두운 방을 밝힐 수 있듯 나의 소소한 빛 또한 누군가에게 필요한 밝은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고했어요' 하는 동료의 한 마디 인사, 스스로에게 주는 책 선물,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잠시 눈을 감고 떠올리는 감사 명상 같은 것들이 내게는 그러하다.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것은 타인도 나에 대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꾸준히 빛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언젠가 어둠이 왔을 때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당신이 잊지 않으면 좋겠다.
당신은 늘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