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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아티스트 Apr 07. 2018

기쿠지로의 여름 - 성장하지 못한 어른의 치유이야기

스포있습니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엄마를 찾으러 떠나는 소년과 동네 아저씨가 함께 떠나는 여행기다. 그래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이런류를 좋아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잠자기 전에 특별한 기대 없이 보았다. 그러나 한 아이의 단순한 성장 이상이 담겨 있는 영화였다. 그래서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영화 '기쿠로지의 여름'을 소개한다. 




영화소개동영상

https://youtu.be/l6ISkxsrSuE  (스포다량)



이 영화가 마지막에 내 가슴을 울린건 제목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땐 제목이 왜 '기쿠지로'의 여름일까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기쿠지로가 누군지를 알게 되자 '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여러가지 감정을 많이 준 영화다. 중간중간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건 뭥미 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다 마지막 대사에서야 확실히 마사오의 모습이 어린 기쿠지로의 모습이구나 그리고 기쿠지로가 마사오에 의해서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쪽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기타노 감독의 아버지 이름이 기쿠지로라고 한다. 이 감독 역시 비슷한 경험이나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우리 아버지의 예전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으며, 주변에 표현이 서툴거나 사랑에 고픈 어른들의 모습도 겹쳤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낀 가장 큰 포인트를 4가지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1. 히사이시조의 음악


OST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힐링이 되는 히사이시조의 음악. 예전에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들을 통해서 히사이시조의 음악들을 알게 되었다. 그의 노래들을 꽤 오래전부터 유튜브에서 들어왔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명한 SUMMER라는 곡이 바로 이 영화의 OST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https://youtu.be/INybiv1I1DA


영화는 별론데 OST만 좋다는 평가도 많다. 그 만큼 이 영화에서 음악이 엄청난 역할을 해냈다. 음악만 들어도 힐링이 되는 곡을 선택한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영화의 엉뚱함과 OST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영화보는 내내 힐링되었고 영화가 끝난 후에 OST를 찾아 들으니 이전보다도 그 마음의 여운이 진하게 느껴진다.  





2. 버림받은 아이


이 영화는 모든 소외받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방학이 되고 친구들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로 들떴는데 마사오는 부모님도, 친구들도, 갈 곳도 없다. 첫 장면은 그런 마사오가 무표정으로 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집으로 가는길, 친구들을 찾아가느라, 엄마를 찾느라 계속 뛴다. 그리고 이 아이는 영화 내내 거의 웃지 않는다. 


표정이 없는 어린아이 



영화 초반에는 감정표현는 거의 하지 않는다. 영화 주인공이 맞나 싶었다. 그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마사오


아저씨가 도박에 돈을 탕진하고 시간을 보내며 언제쯤에나 엄마를 찾으러 갈 수나 있을까 싶은 순간에도 마사오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타인의 질문이나 관심에도 대답에만 충실할 뿐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마사오가 어느순간부터 '피식'하고 아이다운 웃음을 내보일때면 같이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쩌면 이 여행을 통해서 엄마를 찾진 못했지만 관심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배운 게 아닐까 싶다.  





3. 상처받은 자리에 머문 철부지 어른


기본적으로 욕이 입에 붙어서 상대방을 비아냥 거리는게 습관이 되버린 철부지, 사고뭉치, 어리숙한 아저씨. 그러나 알고보면 그런 말투나 행동도 애정이 묻어있는 표현이었다. 내 주위에도 이런 어른이 많다. 



속마음과 표현이 상반되는 어른들



그리고 미처 자라지 못한 쓸쓸하고 버림받은 어린시절의 자신을 마사오를 통해 보게된다. 그런 마사오를 웃게 만들기 위한 아저씨의 노력들이 웃프다. 어리숙한 표정과 몰래 빼앗은 옷과 선물들, 천사의 종을 선물하는 마음, 각종 분장과 게임 등이 어설펐기에 신선했고 오히려 위로가 됬다. 







4. 이런 관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전혀 공통점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통해 소중한 존재로 남게 되었다. 아이는 아저씨에게 보호받으며 오히려 아저씨에게 책임감과 감정의 돌봄을 배우게 하였다. 아저씨는 아이에게 어린시절 자기가 받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제공하며 아이를 위로하고 동시에 자신을 위로했다. 엄마를 찾는 여정이 아니라 함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료하는 여정이었던 셈이다. 



이런 관계가 존재한다면? 



비슷한 것이라고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 하나지만 그래서 그 둘은 더 끈끈하게 서로를 위로했고 힘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아픔을 함께 이야기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살아가는데 훨씬 더 기쁘고 충만해지지 않을까.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나이나 성별, 직업, 성격 등 어느 공통점이 없더라도 내 마음을 완전히 이해해 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런 나의 판타지 욕구를 자극하고 신선함과 힐링을 주었다. 그리고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같은 위로를 전해주고 싶다. 



우리 또 엄마찾으러 가자 




함께라면 분명 더 큰 어려움도 상처도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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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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