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Lovely Luckily

by JooH

와인을 고를 때 나는 가끔 운과 노력이라는 요소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생산자, 밭, 품종, 기후, 빈티지 등 그해 그 와인의 가치를 결정짓는 큰 카테고리의 결정 요소들은 꽤 많다. 전문가들의 평가 점수까지 고려하면 품질에 대한 평가는 얼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요소를 결정해 보통 내가 구매하고 여는 것은 한, 두 병이다. 첫 한 병을 열 때가 꽤 중요하다. 부쇼네가 나버리거나 맛이나 향이 내 취향과 다를 경우에 그 와인의 추가 구매를 고려하지 않게 된다. 취향이란 얼마나 좁고 섬세한지, 내 미각과 후각은 얼마나 수용의 폭이 작은지 깨닫게 된다. 생각해 보면 그 앞선 모든 필터링을 더하더라도, 결국 구매와 오픈이라는 액션을 취해 내 취향에 맞는 그 한병의 와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운과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삶을 살아가는 태도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로 디자인으로 품종으로 타인의 평판으로 필터링해 보아도 결국 나와 맞는 삶과 인연이라는 것은 그때 그 시절 그 순간의 운과 같은 것이다.

한국에서의 윤나이 38년 문나이 40년간 만들어온 인연들에 대한 안녕을 고할 순간이 다가오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 오늘 저녁 내릴 새로운 결정이 맛 좋은 운이기를 바라며, 잠시 그 순간에 나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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