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소리_2021. 9. 5
술에 취하면 대뜸 이상한 곳에서 전화를 하는 친구가 밤중에 전화가 왔다. 집이 엄해서 귀가할 시간이 다 되어 가길래 웬일이래? 라며 연락을 받았다.
이해 못할 이런저런 말을 흐지부지하게 중얼대던 친구는, 평소처럼 장난스런 말을 하다가 대답이 시원찮은 나를 알아본 것 같았다.
-괜찮아?
잠깐 목구멍에서의 침넘김이 무거워졌다. 그냥...이것저것. 걱정되는 일들이 있어서. 라고 대충 설명했다.
내 친구가 무슨 일이 있는데, 너무 걱정되서 그래, 그냥. 내가 미안하고, 그러니까, 그게, 그냥 있을 때 잘 못해준 게 미안해서...기다리고만 있어.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 쪽이 알코올에 취한 상태인 것만 같았다. 왜 나는 감정적이 되면 말을 제대로 못하는 걸까.
순간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 전혀 괜찮지가 않구나. 이렇게 죽어 있는 상태를 전화로도 숨길 수가 없구나, 너희들한테는.
그러다 친구는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내가 올 봄에 힘들어하면서, 무턱대고 전화를 해서는 울면서 전해줬던 말이였는데, 친구가 그걸 그대로 나에게 썼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갑자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위로해주고자 친구들에게 했던 말인데, 똑같은 말인데.
그걸 그대로 친구에게서 들으니까
뭐랄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너무 고마워서, 우는 것 밖에 못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했나보다. 나에게 연락해보라고.
그렇게 다음 날엔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똑같이 괜찮으냐고 물어왔다.
나는 또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왜 우는 걸까? 하고 한참을 생각하며 울다가, 나는 그냥 고마워서, 라는 말을 반복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인복이 이렇게나 많구나, 주변에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구나, 하고.
전날 밤에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지도 몰랐다. 너희들이 이렇게 옆에 있는데, 내가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왜 자꾸 나는 눈물을 흘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