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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떫음 Aug 30. 2022

공교로운 인연

떫은 생각_2022. 4. 8

한 번은 그런 생각도 가졌다. 한 번이라기에는 항상 그랬지만, 조금 루트가 다른 생각.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램. 그 바램이야 외롭고 심심하면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인데, 친구도 많은데 혼자서도 잘 놀 줄 알고 바깥도 잘 나돌아 다니고 집에서도 푹 쉴 줄 아는 나로서는 크게 그런 존재의 유무가 중요하게 차지하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을 했고, 나에게 애인이 없다는 건 당장에 내가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는 것으로들 여겼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자 심심풀이 정도로 가볍게 여겼는데, 점차 가까운 친구들이 오랫동안 진심인 연애를 하는 모습을 항상 옆에서 지켜보게 되면서 그 감정이 어떤 건지 궁금해졌다. 당연하게도 나는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었고, 숨 쉬듯이 몽상을 하고 틈만 나면 사색에 잠길 줄 아는 사람이었던 터라 그 존재를 갈망하게 되기까지는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들 만나는데 나만 안 만나고 있자니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지를 생각해보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바보 같은 소리인 것도 일찍이 알았고 그저 그렇게만 계속 지내왔다.

그러다 정신 상태가 이쯤까지 달하다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고 괴로워하는데 근원지를 찾지 못하고 별 다른 해결 방안도 달리 떠오르질 않으니 외롭긴 외롭겠다 곁에 날 사랑해주거나 내가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는 감정으로 인해 내 모습이 괴롭다고 전부 치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힘든 거라고 꾸며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나조차도 그렇게 여기게 되어 진짜 아픔을 알지도 못했으면 좋겠다. 당연히 사랑하는 대상이 이미 많지만, 그들처럼 서로가 서로인 세상에서 산다는 또 다른 사랑의 감정에 푹 빠져버리고 싶다. 언제쯤 그럴 수 있고, 언제쯤 그런 사람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보다는, 그 사람을 만날 운명을 기대하며 능력껏 살아가고 있다. 내가 이 세상을 벌써부터 등져버린다면 나라는 인연을 만날 기회조차도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릴 그 사람이 안 됐고, 미안하고, 나는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을 꼭 만나고 싶다. 어떻게든 만나고 죽고 싶다. 죽게 되더라도 만나보고 싶다. 그 때가 온다면 아낌없이 달려들 거다. 보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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