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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떫음 Jul 01. 2022

이불 속 바다

떫은 일상_2022. 2. 13




이불 속은 바닷속

수면 아래 잠긴 몽환 속

빠진 나는 허우적대지도 않고

물 밀듯 들어오는 꿈을 꾸고....

항상

항상....

난 어릴 적부터 이불 속에 들어가 머리까지 덮어씌우는 걸 바닷 속에 잠긴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가 답답하게 허우적 대거나 멍하니 있다가 다시 수면 위로 얼굴을 드러내고,

잡생각이 많거나 어딘가 멍해질 때면 그런 짓을 자주 했어.

지금까지도.

바닷속에 잠기면서 몸 속에는 물이 밀려들어오는 게 꿈이 밀려 들어오는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나는 잠들면 수많은 꿈을 꿨어. 나는 잘 때 얕게 자서 항상 꿈을 너무 많이 꿔.

난 이불 속을 바다로 표현해.

나만의 심해.

오늘 진짜 이상한 꿈을 꿨어.

요 며칠 간 계속 친하지도 않았고 그냥 같은 반이었거나 또는 같은 학교였을 뿐인 얼굴만 아는 초중 동창들이 자주 나오기도 했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인걸까?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는 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큰 게 아닐까?

오늘은 그나마 기억나는 마지막 부분이

아빠 옆에서 내가 누워 있었어. 잠을 자고 있었나봐.

아빠는 조용히 TV를 보고 계셨어. 그리고 뉴스에서는 이제 봄이 왔대.

그러면서 종현이의 '우린 봄이 오기 전에' 노래와 영상을 틀어주는 거야.

난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베란다 유리창에 아주 선명하게 종현이가 노래하는 모습이 비쳤고, 노래도 잘 들렸어.

울음을 참았어.

그러다 몽롱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선 집 밖을 나갔어.

사람들의 얼굴을 도무지 쳐다보질 못하겠는 거야. 마치 내가 공황이 왔을 때처럼.

그래서 머리를 길게 풀어헤쳐놓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무작정 길을 걸었어.

중간중간에 연예인들도 나온 것 같았는데 꿈 속에서 나랑 아는 사이였나봐.

난 그들 눈에 일부러 보이지 않으려고 길에서 숨어 다녔어. 죄 지은 사람처럼.

길을 걷고, 마트도 가고 했는데 다 발길 가는대로 간 거였고 내 세상은 핑핑 돌았고

조금이라도 건드려지면 눈물이 폭포처럼 와르르 쏟아져나오면서 통곡할 것 같아서 무서웠어.

아주 불안한 상태였고 계속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휘청대면서 주저앉기도 하고 다시 걷다가 아는 사람을 마주쳤어.

그 사람이 나를 알아봤어. 현실에선 연예인인 사람인데, 나를 보고 놀라서 어디에 앉히고 진정시키더라고.

그 사람은 같이 있던 사람이랑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

그러다 나는 경력이 대단한 사람이라며, 어디가도 무시 당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를 치켜세워줬어.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 글쎄...

그리고 살며시 아까는 내가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은 모습에 너무 놀랐대.

나는 말을 더듬으며 왜 이런 상태인지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울음이 나올까봐 벙어리가 되서는

억,억 거리다가 겨우 입을 떼려는데 잠에서 깼어.

너무 몽롱하고 잔인하다면 그럴 수도 있는 꿈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공황은 오지 않더라.

나는 악몽을 꾸고 깨면 이따금씩 공황이 왔어. 그래서 혼자 있을 때 무서웠고,

혹시나 가위가 눌렸다 깼을 땐 또 눌리거나 악몽을 꿀까 봐 다시 잠에 들기 무서워했어.

오늘도 너무 피곤한데 다시 잠을 자기엔 겁이 났어.

대체 꿈 속의 나는 왜 그렇게나 불안정했던걸까. 내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로 나는 불안했었어.

그런데 나는 여태까지와 달리 일어나서 씻고, 옷을 갈아입었어. 노래도 듣고, 아침도 간단하게 챙겨먹었어.

오늘 아침 나는 근래 2년 간의 내 모습보다 훨씬 멋있었어.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두려워도 이젠 그 두려움을 신경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더라.

생각해보니 이번 한달 동안은 심지어 울려고도 하지 않았어.

이전까지만 해도 우는 게 일상이거나 울지 않으면 울고 싶어서 울려고 애를 쓰곤 했어.

그런데 울지를 않았어. 다만 정말 속상할 때, 내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울었어.

나 강해진 걸까

아니면 드디어 나를 되찾은 걸까

혹은 그러고 있는 걸까

얘들아, 나

세상을 살아갈 기운이 나

정말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기운이야,

이게 대체 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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