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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떫음 Jul 05. 2022

허접한 글쓰기

떫소리_2021. 5.5

에라이 뭐 같은.

내가 좋아서 시작해놓고 입에서 욕이 나오게 만드는 게임. 게임 플레이란 거, 정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일까?


진짜 스트레스를 풀고 취미로 삼을 만한 것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활동이 그에 맞는 뜻을 가졌을 거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ㅡ

으로 끝맺음 짓는 초등학생 때 배운 어린이날 노래의 소절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도 그 끝부분의 한 소절만 기억나고, 그 외는 멜로디도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 어쨌거나 오늘은 내가 스물 두살로서 맞게 되는 어린이날이다. 중,고등학생 때야 나는 이제 어린이가 아니구나, 해당도 되지 않고 그저 학교 안 가는 날이네, 하고 치부했었으나 성인이 되고 나서 마주하는 어린이날은 어쩐지 내가 그리 많이도 세월을 살아왔던가, 싶어진다. 내 머리속은 아직도 꽃밭이다. 흔히들 어른이, 키덜트라고 칭하는 단어는 모두 나에게 해당된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마치 고등학생, 아주 가끔은 초등학생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말해줄 때도 간혹 있다. 아니, 간혹도 아니라 거의 늘상 그렇다. 고맙긴 하지만 진지한 얘기를 나눌 때면 누구보다 성숙하다고 말해준다. 대체, 고무줄도 아니고 늘어났다 팍하고 줄었다... 나라는 건 중간이 없는 사람인가 싶기도 했다.


또 무의식 중에 떠오르는 이런 저런 말을 지껄였다. 사실 이 글의 목적도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랜만에 휴일이라는 날이 찾아왔지만, 끽해야 대면 수업을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도. 늦잠을 자도 된다는 것 정도. 약속을 잡아도 된다는 것 정도. 그 뿐이다. 봉사를 하고, 밀린 공부를 하고, 휴일이어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누군가들에 비하면 참 볼품없는 하루다. 옛날 같았으면 당연하다는 듯 친구 한 명이라도 붙잡아 바깥에 나갔을 게 분명하다. 허나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필이면 약 효력 때문인지 늦게 잠에 들었는데도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기본적으로 오전 11시가 훌쩍 넘어서 깨던 나는 어디로 가고, 집안 청소에 이불 빨래까지 마치고 쉬려고 하니 겨우 9시가 되어있었다.

대충 씨리얼로 아침식사를 형편없이 때우고 어젯밤에 밀린 설거지도 했다. 여전히 9시였다.

마저 못 잔 잠을 자려고 했다가, 이불을 세탁기에 넣어버린 걸 알아차렸다. 하필 세제도 다 떨어져서 어떻게든 남은 양을 짜내고 엄마한테 연락을 해봤다가 주문해주시기로 했다.

나는 어린이날에 세제와 욕실청소제를 받게 된 셈이었다. 


성인이어도 부모님께 받은 게 있으니 어린이날 선물로 치기로 했다. 괜히 의미부여라도 해보려는 짓이다.

아무튼 간에 담요 두 장 정도를 덮고 잠을 청하려니 쌀쌀했다. 몸을 쥐며느리처럼 말아도 그랬다.

결국 15분 정도를 눈만 감은 채로 보냈다가 벌떡 일어나서 노트북을 켰다. 이것저것 하다가 바로 점심을 해 먹었다. 꽤 성공적이었으나, 하고 나니 나른함이 몰려와 또 다시 생겨버린 설거지를 안하고 있다. 양치까지 하고 잠을 청했지만 누워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다 써버렸다. 이불을 세탁기에서 꺼낸 지는 꽤 됐는데, 단번에 마를 생각은 없어보인다. 문득 그렇게 멍하니 시계만 보고있자니, 쉴새도 없이 흘러가는 초심을 보고는 울컥, 마음 속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다시 노트북을 켰고 글을 쓰려 했다. 아니, 그래도 잠은 깨고 보자며 게임을 한 두 판, 키보드를 갈겼다가 오늘 따라 더 잘 안 되는 느낌이라 스스로 쌍욕을 하면서 꺼버렸다. 그렇게 지금 이 일지를 쓰고 있는 상태로 오게 되었다.


글이 써지질 않는다. 또 앞이 막막하다. 생각은 많고 소재도 있는데 글이 써지질 않는다. 문장을 어떻게 구사해야할지를 떠나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 장면들을 영화처럼 정리할 수가 없었다.


내가 대화를 한 건 엄마에게 세제 좀 사주면 안되냐고 부탁할 때, 약 몇 초를 통화했던 엄마와의 기록. 그 뿐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쌍욕한 것까지 포함하면 두 가지는 되겠다.

심심하다. 더 없이 심심하다.

심심하니까 글을 쓴다. 심심하니까 글을 쓰고 싶어진다.

하필 오늘따라 왜 친구들에게선 연락이 없는 걸까, 싶다. 내 이기심은 먼저 연락하지는 않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 하고 있다.

외롭다, 외로워 하면서 시체처럼 있는 한심한 인간.

지금 나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대로, 행동하고 있다.


뭐라도 정리해보려고 일기를 쓰지만,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다른 길로 새는 나의 성격이 글에서도 드러나고 있을 거다. 횡설수설대면서, 가독성도 많이 부족한 내가 쓰는 글. 그걸 글이라고 할 수나 있는 걸까.


이렇게라도 허접하게 내 무의식들을 정리해보는 공간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내 블로그' 라고 되어있는 단어는 여기에 들어오면 나만의 글을 맘대로 쓸 수 있다며 언제든지 오라는 듯 문을 열고 있는 것만 같다. 자택을 가진 사람이나 건물주가 이런 느낌일까. 언제 어디를 떠돌아도 돌아갈 곳이 확정되어 있는 것. 건드리다가 놓았을 때도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


이제보니 작년 11월에 취미랍시고 말도 안 되는 과자들을 사 먹은 후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뭐 이번에 이벤트가 조기종료 되었다며 사람들이 탄식을 하길래 생각나서 들어와봤다.

그래서 어제도 일기와 같은 글을 간만에 썼다.


자필보다는 나도 이 세상 사람인지라 타자로 말을 만드는 것이 더 수월하고 편했다. 자필을 쓰면 손가락과 팔에 힘이 들어가고, 틀린 부분도 바로 고치지 못하기 때문에 오래 하다보면 글 쓸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주인공이 잉크펜으로만 소설을 완성하는 모습을 그렇게나 동경하게 되었다.


그렇다 해도 노트북으로 매번 문서 파일을 열어 글을 써재끼지는 않는다. 그건 뭔가 독특한 재미도 딸려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세상 사람들 전부가 나에게 딱히 관심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아무렇게나 떠드는 말들이 데이터화 되어 공석으로 업로드가 된다는 점이 블로그에 맛 들리게 한다.

그래서 뭐라도 해보고자 '내 블로그'라는 이름을 빌려 키보드를 쉴 새 없이 치고 있다.

키보드 하니, 전자 피아노를 사려던 오래 전 부터의 목표가 떠올랐다. 나는 최근 그 목표를 위해 모아둔 돈을 전부 유물을 사는데 날려버렸다.


유물? 내가 보기엔 유물이 맞다. 고전완구. 벌써 20년 정도는 훌쩍 지난 시기에 방영하던 애니메이션의 완구제품은 매물도 찾기가 힘들고, 그만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애초에 지금 어린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듣도보도 못한 애니메이션이란 것부터가 고전이었고, 그래서 고전완구라 불리는 녀석들은 내가 이대로 더 소장하고 있다간 나중엔 정말로 유물로 남을 수가 있지 않을까. 그냥 그런 생각도 해본다. 얼마나 할 짓이 떠오르지 않으면 오만 내용을 주저리 나불대고 있나싶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휴대폰 보기와 노트북 보기일 뿐이다보니 요즘엔 눈도 뻑뻑하다.


지금도 아련한 눈빛을 보이며 이 글을 막힘없이 쓰고 있다. 이런, 스스로가 가관이다. 


글을 끝맺으면 다시 담요라도 걸치곤 낮잠 한 번 자볼지, 양은 작아도 설거지를 마칠지,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고 또 노트북을 만지면서 타블렛으로 그림 연습이라도 해볼지, 자필로 쓰는 진짜 일기장이나 꺼낼 지, 알 수 없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능력은 있어도 미래를 보는 초능력은 없는 게 천만다행인 것 같다.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이겠는가, 그런 인생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 친구도, 교수님도, 가족도, 나 조차도 모르는 이 느낌을 설명할 수가 없다.


어쨌든 간에 또 울적해졌다는 건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냥 울고만 싶다. 아무 생각 없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흐느끼고 싶다. 억지로라도 울기 위해 슬픈 영화를 찾아보기에는 그 찾는 과정도 기력이 없다. 연기를 할 때도 있는데 딱히 정해져있는 캐릭터의 감정이 없으니 대뜸 눈물 연기를 한다고 해도 낯부끄러워진다. 그리고 내 역량이 아직 바닥이라 눈물 연기를 해도 원하는 만큼 펑펑 울지는 못한다.

인생, 

나는 참, 

아직도 많이 멀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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