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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떫음 Jul 20. 2022

쿵.

중심이 흔들린다. 그것이 주춤대자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무게를 지탱하던 추의 줄이 끊어져 추락해버리듯 무너졌다. 조그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누군가 몸속의 힘을 전부 앗아가는 듯했다.

다시 우울이 찾아왔다. 간만이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항상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단지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 할 만큼 힘이 부쳐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우울은 쭈욱 지켜보던 그녀를 언제나 처럼 위로해주려는 듯 감싸고돌았다. 우울은 점차 작은 방 안의 공기를 차분하게 만들어나갔고, 우울에게 안긴 그녀의 마음은 차분한 공기의 온도만큼이나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그곳에서 삶의 무게를 느낀 그녀는 우울에게 기대 눈물을 한 두 방울 흘리기 시작했다. 우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곁을 계속 지켰다.

그녀의 구슬 같은 눈물이 볼 줄기를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우울을 두드렸다.

계속 맴돌기만 하던 우울은 조금 뒤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며 물끄러미 물었다.

“무엇이 그리 슬프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던 그녀는 그 말을 곱씹어보는 듯하더니 이번엔 오열하기 시작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이불을 앙 물고 억억대는 자신의 소음을 막으려 했다. 우울은 다시 잠자코 곁에 있었다. 이번엔 포근히 그녀의 옆에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기대어 앉아만 있었다.

그녀는 울다가도 이따금씩 입을 뻥긋거렸다. 허공을 두리번대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 조차도 무엇인지 스스로도 모르겠어서 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고통이 계속 되자 그녀는 부여잡을 무언가가 없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겨우내 내뱉은 말은 ‘나 왜 이렇게 힘들어 하지?’ 그 말 뿐이었다.

그녀는 우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며 연거푸 말했다. 버거워, 너무 버거워. 그녀는 우울을 삼키지는 않았다. 다만 계속 품에 안고만 있었다. 그러자 차갑던 우울은 점차 따뜻한 온기로 변해갔다. 우울이 공중에서 흩어지며 흩뿌려졌다. 눈물을 그친 그녀는 동시에 이부자리에 털썩, 쓰러지듯이 드러누웠다.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이 공간 어딘가에 우울이 아직 남아있으리라고 생각한 그녀는 아무 곳에다 대고 물었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거야?"

그러자 우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사라진 게 아니야. 나는 늘 너의 곁에 있어.”

“그럼 왜 보이지 않는 거야?”

“나는 네가 보는 것만큼 보인단다.”

무슨 소리지? 그녀는 우울이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울은 언뜻언뜻 공기 중에 모습을 비추었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대답 했다.

네가 느끼는 대로 나는 보여질 거야. 단지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뿐이야.

우울이 하는 말들을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뜻을 갖고 있는 말일까. 그녀는 온몸에 힘까지 쭉 빠져 이부자리 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천천히 꿈뻑거리던 눈은 잠을 청하려 감았다. 다시 눈을 떴다. 달이 뜨고, 하늘이 어두워져 있었다. 곁에는 더는 아무도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그 적적한 공간에서 그녀는 오롯이 자기 자신만을 느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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