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랑 다른 결말
에드가 라이트의 병맛 영화를 예상하고 봤다면 뒤통수가 얼얼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발이 리듬 탄다고 정신이 없더라.
참고로 이 영화 속 릴리 제임스 존예.
'베이비 드라이버'는 운전기사 베이비가 운전기사로 일하는 강도단을 다룬 이야기다. 이름은 베이비지만 운전 실력은 어덜트. 생전 본 적이 없는 운전 피지컬을 보여준다. 운전 실력과 더불어 보여주는 선곡 센스는 퇴근길이나 10시에 라디오 DJ급. 보통 조수석에서 선곡해주는데 베이비는 혼자 해버 리더라. 대단. 그의 짝꿍 데보라와의 절절하진 않지만 절절한 로맨스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모든 장면에서 이루어지는 음악들이 큰 역할을 했다.
오늘 알아볼 인물은 두 명이다. 베이비의 직장 동료인 달링과 버디다.
위 커플이 달링과 버디. 따로 떨어져 있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항상 꼭 붙어서 스킨십을 쉬도 때도 없이 한다. 진짜 이름이 아닌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쪽 세계에서는 알리는 게 아니라나 뭐라나. 본명은 모니카와 제이슨이다. 진짜 생긴 것도 그렇게 생긴 것 같다. 작명소 소개 좀.
영화에서 베이비와 두 번이나 같이 일을 한다. 처음으로 일했을 때 버디는 진심으로 베이비의 운전실력에 반해버린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신나 하는 버디의 표정은 놀이기구 타는 아아의 모습. 아마 그때부터 베이비에 대한 신뢰가 많이 쌓인 듯하다.
다른 범죄자들과 달리 과격하지 않고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베이비가 처음 일할 때 '그리프'와 두 번째로 일하는 '배츠'에 비해서는 선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일만 하고 사라지는 다른 사람들보다 베이비와 음악적으로 공감한다. 버디와 베이비는 Queen 노래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음악을 듣기도 한다. 달링은 다른 범죄자들이 베이비를 괴롭힐 때마다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준다. 사실상 두 커플은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열려있는 인물이다. 베이비가 일을 할지 말지 흔들릴 때도 돌아오지 말라고 강압적으로 말하긴 하지만,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모습도 보여준다.
달링은 항상 일이 끝나면 버디에게 돈으로 뭐할 건지 물어본다. 버디는 끈적한 목소리로 최고급 식당이나 베가스에서의 카지노, 결혼을 한번 더 하자라는 등 로맨틱한을 모아서 부어버린다. 그걸 매번 지켜보는 베이비는 비위가 상당히 좋은 듯하다. 영화 속에서 몇 번이나 배츠가 달링을 깔보는 말을 했다. 그러자 달링은 버디에게 배츠를 죽여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배츠에게 직접적으로 버디를 화나게 하지 말라며 경고까지 했다.
실제로 총격전에서는 상당히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달링의 장전을 빠르게 한 손으로 해준 뒤 이어 바로 사격하는 버디의 모습을 보면 실력은 물거품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들은 은·엄폐를 안 해) 달링이 총에 맞을 경우 버디는 단발로 경찰을 다 맞춰버리는 특급 사수의 면모도 보여준다.
매번 배츠가 베이비를 괴롭히면서 최종 보스로 유력했지만, 버디가 최종 보스가 된다. 앞에 이야기들을 잘 보면 버디와 달링은 베이비의 빡침으로 망한 케이스가 된다. 사실 그냥 일만 잘 끝냈어도 이 두 커플에게 큰 일은 없을 텐데, 계속 입을 털었던 배츠에게 폭발한 듯 철심에 돌진해 죽여버린다. 그로 차를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이 커플은 두 발로 현장을 벗어날 수밖에... 어찌어찌 차를 구해 도망가려고 해도 베이비 차와 부딪히면서 경찰에게 포위된다.
버디와 베이비는 많이 닮았다. 다른 점은 그들의 욕망의 크기. 제일 비슷한 점은 사랑의 크기일 것이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맞았던 두 사람은 마지막에 사랑을 잃어 복수하는 자와 사랑을 지키려는 자로 만나게 된다.
당연히 사랑의 힘으로 버디를 이겨버리지만, 베이비에게 당한 버디와 달링의 죽음을 위로해줄 사람은 없다.
'보니'와 '클라이드'와 같던 두 커플은 정말 그들처럼 겪여 버렸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 영화처럼 주인공 버프를 받아도 죽으니 그들의 죽음은 어쩔 수 없었겠지. 하지만 베이비의 민폐로 인한 죽음은 안타깝다.
같은 사랑이지만 결국 지켜지는 쪽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