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잠시 멈춤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새로이 길을 다져가는 삶.
그런 삶을 나 역시 꿈꾼다.
책과 강의엔 이런 사람들이 아주 흔하게 나온다.
단 한 번의 기회도 갖기 어려운 것들을 그들은 해낸다.
"대기업 다녔는데 이러다 죽을 것 같아 그만뒀고, 지금은 그전보다 더 돈도 벌고 융택해졌어요."
"저는 도망치듯 떠난 외국에서 새로운 저를 만나고, 그게 지금의 삶이 되었어요.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들의 이야기엔 하나같이 기승전결이 있다.
대기업 입사, 사업성공, 월천부자... 그들은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성공을 했고, 그 대가로 얻은 힘듦이 견디기 어려워 멈추고 다른 길을 택했다 한다. 그랬더니 결과적으로 더좋아졌단다. 진정한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졌고,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걸로 돈을 벌기 시작했더니 돈도, 여유도 생기더라는 그들만의 확실한 스토리가 있다. '성공'의 경험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저 동화같은 이야기다.
'쉼' 자체가 닿을 수 없는 저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쉬고 싶어?
그럼 너 일단 성공부터 해야지. 뭐 했다고 쉼? 이것도 못 견딤? 근데 쉰다는 거임? 루저새키! 평생 그러고 살아라 임마. 쉬고 싶단 생각이 들때마다 세상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대기업 입사도 못해봤고, 학벌 위주 대한민국에서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다. 어중간한 인간이라고 합리화시키고 싶지만 나라는 사람은 보통 사회의 어중간한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하'에 속하는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자영업자로 겨우 밥벌이를 하고 있다. 꼴에 욕심은 있어 미래를 꿈꿔보겠다며 공부도 하며 산다. 프리랜서강사로 투잡도 뛰어본다. 세상은 능력 없는 내게 쉴 새 없이 채찍질을 하는 것만 같다.
"움직여! 더 움직여도 될까 말까 한데! 빨리 안 움직여?"
무언가 이루지 못한 자는 아플 자격도, 쉴 자격도 없다. 돌아갈 곳이 없는 자영업자에게 쉼이란 수입 중단, 사회적 단절이다. 주말 하루 쉬는 것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주 7일을 즐겁게 일했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단다. 그랬더니 돈이 따라오더란다. 생각을 바꿔요! 원래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기가 있어요, 지금 이 시기가 자양분이 될 거예요. 나도 그 말을 믿고 싶은데 아니 옘병, 그게 언제냐고!!!!!!!!!!!!
어떻게 보면 부자의 루틴은 비슷한 것 같다. 노동으로 열심히 벌기, 종잣돈 모으기, 투자하며 패시브 인컴 늘리기. 일도 똑같다.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단계까지 가려면 노동으로 나새키 갈아넣기, 수강생 늘리기, 투자해서 확장해서 시스템 구축하며 균형 이루기. 그런데 노동으로 나새키 갈아넣기에서 멈춰있다. 대체 언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계~~~~~~~속 갈아 넣는다. 멈추면 수입중단이다. 쉼은 허락되지 않는다. 쉰다는 것은 현재 내게 돈 1000원도 들어오는 게 없다는 걸 의미한다.
삶이 뭔가 잘 못 가고 있는 것 같다. 죽어라고 바쁜데 남는 게 없다. 속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기 일을 한 게 어디냐며, 연고 없는 지역에서 교습소도 열고 대단하다 칭찬한다. 거기에 투잡까지 뛰냐며 진정한 커리어 우먼이라고들 한다. 이런 얘기들에 잠시 우쭐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내 모습은 전부 껍데기들이다. 알맹이가 없다. 뭘 원하는지, 뭘 위해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멈추고 싶다.
40이 코앞이다. 가정이 있다.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부모님이 계신다. 내 살림도 겨우 빠듯하게 굴린다. 쉬고 싶다는 건 배부른 투정이다. 쉼은 있을 수 없다. 돈 벌어! 너 안 벌면 손가락 빨고 살거임? 누가 그니까 능력 없으라 했어! 2,30대 더 빡세게 안 하고 뭐 했어! 뭐 좀 만들어놓제 그랬어 임마! 세상은 연신 나를 때린다.
그런 세상에게 나도 나 나름 참 열심히 산다고, 근데 결과가 원하는 대로 안 나와서 나란 놈은 연약한 인간인지라 지칠 때가 와서 쉬고 싶다 하소연하고 싶다. 잠깐 쉬고 싶은데 내가 그동안 뭐 가진 게 없어서 아직 못 쉬는 거 나도 알지만 그래도 좀 쉬고 싶다고 칭얼거리고 싶다.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