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이었던 삼순이가 적응하기까지, 2016년의 에피소드.
여기 좀 보라며 짖고 방방 뛰는 강아지들 가운데, 비어있는 듯한 철장이 보였다. 몸을 숙여 들여다보니, 벽 안쪽에 몸을 바짝 붙이고 벌벌 떨고 있는 새끼 강아지가 있었다.
“저 이 아이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반쯤 접힌 귀, 누런 몸통에 다리만 하얀 모습이 어렸을 적 시골에서 봤을 법한 ‘똥강아지’ 같았다. 안겨있는 내내 경직된 채로 눈알만 살살 굴리는 이 아이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진도 믹스견이라 많이 클 수 있는데, 다른 아이도 한 번 보시는 게 어떠세요?”
혹시나 파양을 걱정했는지, 수의사는 자꾸만 소형견을 추천했다. 수의사의 태도를 보아하니, 내가 아니면 입양이 힘들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다른 강아지는 안아보지도 못한 채, ‘똥강아지’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삼순아 어쩌다 우리 집에 오게 됐니? 널 누가 버렸을까.”
술이 거하게 취해서 들어온 아버지가 강아지를 느닷없이 삼순이라 불렀다. 따뜻한 요를 깔아주고 간식을 줘도 삼순이는 케이지에서 나오질 않았다. 아버지는 한참을 케이지 앞에 납작이 엎드려 말을 걸었다. 삼순이는 작은 소리도 내지 않았다. 침을 흘리며,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려댈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학교로 향한 날. 결국 강의 도중 도망치듯 학교를 벗어났다. 아직 집에 적응하지 못한 삼순이를 두고 나온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내내 학점에 목숨 걸었던 나로서는 꽤 대담한 행동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똥 냄새가 진동했다. 다행이었다. 집에 온 지 4일 만에 처음으로 삼순이가 배변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냄새만 진동할 뿐, 똥을 찾을 수 없었다. 계속 냄새를 맡고 있자니 머리가 아팠다. 한겨울에 온 집안의 창문을 다 열고 냄새의 근원인 내 방 구석구석을 뒤졌다. 보이지 않았다. 임시방편으로 삼순이와 거실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날도 똥을 찾지 못했다. 물건을 꺼낼 때만 방에 들어갔는데 난생처음 맡아보는 구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렇게 이틀은 지났을까. 개 한 마리 때문에 이게 뭐냐며, 어머니가 팔을 걷어붙였다. 마스크를 낀 어머니는 한 손에는 후레쉬를, 한 손에는 집게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30여 분 후.
“찾았다 찾았어!”
똥은 장롱 밑, 한가운데에 있었다. 약 4일을 ‘참았던’ 삼순이는 무슨 마음에서인지 똥을 장롱 밑으로 모조리 숨겼던 것이다.
그다음 날 삼순이를 구조했던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입양 당시, 동물 등록을 했지만 이름을 짓지 못한 상태였다. 수의사는 강아지 이름을 지었는지,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왔다. 나는 웃으며 요 며칠간 있었던 ‘똥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박장대소를 예상했는데, 정적이 흘렀다. 수의사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똥을 숨겼을 정도면 전 주인에게서 배변 학대를 당한 것 같아요. 아마 배변을 할 때마다 크게 혼이 나고 학대를 당해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당분간은 패드가 아닌 곳에 배변해도 칭찬해 주세요”
멍한 상태로 전화를 끊었다. 삼순이는 단순히 버려진 개가 아닌 것 같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만 대답할 리 없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삼순이는 2016년 3월 13일,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구조됐다는 것, 학대의 흔적이 보인다는 것. 그게 전부다.
<에피소드가 그림툰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