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얼음,땡!

by 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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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어. 유난히 마음 아픈 소식이 많았던 한 해를 보내고도 시간은 무심히 흘러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 성장에는 고통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어서일까. 때아닌 성장통을 겪어내야 했던 2024년은 네게 어떻게 기억되었을지 묻고 싶어. 뜨거움과 차가움의 경계를 유난히 많이 넘나들었던 네 개의 계절을 차분히 되돌아보며 이맘때쯤이면 늘 그랬듯이 회고록을 썼어. 아껴 읽는 구절을 음미하는 마음으로, 그 어떤 것도 탓하지 않고 나와 내 곁에 살았던 이들의 마음만을 들여다보면서.


돌아보면 말이야. 이번 연도에도 난 가끔 행복했고 종종 불안했어.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하고 목표했던 것들을 이뤄갈 때 뛸듯이 행복했지만 결코 항상 그랬던 건 아니었어. 애정을 쏟고 싶은 일이나 관계에 실패하거나 거절당하는 일은 아직도 못내 두려웠고 나를 얼게 만들었지. 불안에 잠식될 때면 예전의 흐릿한 어느 시절로 돌아가곤 했어. 지금보다 어리고 미성숙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안쓰러운 나로. 돌아보니 어쩌면 내 일부는 아직도 그곳에서 얼음처럼 굳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그 시절 그 애를 장난스레 얼음, 땡! 하고 꺼내올 수 있어야 행복의 빈도가 더 올라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나는 소소히 자주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올해 그 일에 한 발짝 다가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너무나 대견해. 네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더 많이 배웠거든. '나'라는 세계는 너무나 무한하고 드넓어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 일을 마음먹고 1년째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지. 상처를 받더라도 망각의 힘에 기대어서 외면하거나 회피하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깊게 생각한 후에 보내려고 하고 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나는 이 자리에 얼음이 되어 네게 또 다른 돌봐줘야 할 아이를 안겨주는 것이 될 테니까. 그 시절의 네게는 오로지 너만 있었으면 좋겠어. 지난 일들은 지금의 내가 모두따뜻한 품에 안아주고 충분히 달래준 다음 한 명씩 손 흔들며 보낼 테니까.


새해 첫날이니까 오늘은 10년 뒤 네가 아닌 지금의 내게 짧은 글을 남기려고 해. 작년에 아팠던 시간을 무사히 잘 견뎌내 줘서 고마워. 아픈 와중에도 할 일은 모두 해내고 험난한 사회에서 번듯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네가 난 진심으로 자랑스러워. 쓰고 읽으며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 줘서 감사해. 때로는 절망에 빠지고 때로는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만큼 행복했을 그 모든 감정을 함께 해줘서 든든했어. 새해에는 마음을 좀 더 열자. 좋은 일들이 네게 다가올 수 있도록 경계심은 낮추고 물 흐르듯 편안하게 지내자.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어. 지금의 나도, 10년 전의 너도, 10년 후의 너도 모두 나일 테니까 그 모든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주며 꺼내올 수 있기를. 무엇보다 마음도 몸도 건강하기를.


어제 카운트다운을 하며 소원을 빌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한 가지 소원만 빌게 되더라. 보통은 빌어야 할 소원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는데 말이야. 저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해 주세요. 그거면 돼요. 이거 하나만 이뤄지게 해 주세요. 이 한 가지 소원이 그 시절 너에게까지 닿았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해. 보다 자주 행복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네게 달려갈게.


2025년 1월 1일,

네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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