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보다 사랑으로

by 가은


새해를 맞아 파주에 다녀왔어. 모티프원이라는 북스테이 공간에서 새해 목표도 세우고 네게 편지도 썼어. 거실과 서재에 빽빽이 꽂힌 책들과 한적한 파주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지. 좋은 공간은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은 자꾸 그런 곳을 찾는 것 같아. 이 공간에는 사람들이 다녀간 이유와 소감을 빼곡히 적어둔 방명록이 있어 자리에 앉아 한참을 읽었어.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을 찾았더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약을 먹기 시작한 사람, 사는 게 복잡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이곳을 찾은 사람, 수많은 이들의 다양한 고민들이 적혀있었어.


이런 글들을 읽고 나면 말이야. 멀리서 평온해 보이는 누군가도 그만의 고민과 넘쳐나는 감정에서 헤매고 있구나. 모두 그렇게 조금씩 더 어른이 되고 있구나. 수많은 우주가 하나의 세상에서 공존하느라 조금은 시끄럽구나. 너무나 소중한 한 개, 한 개의 삶을 각자 살아내느라 고군분투 중이구나. 그런 생각을 해.


지난 2024년은 유난히 마음 아픈 사건, 사고들이 많았지. 유별나게도 그런 소식을 들으면 영향을 많이 받고 무기력해지기까지 해서 일부러 생각하기를 피했던 적이 있어.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는 마음을 방명록에 털어놓고 싶어 지더라. 두려움이 앞서 작년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사랑하지 못했던 마음에 대해서도 말이야. 글이 마음에 들어서 이 편지에 남겨둘까 해.



일평생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이 꿈인 사람도 여기 있는데

이토록 눈부신 서재를 집의 형태로 꾸려 놓으시다니요.

그곳을 여행할 수 있게 내어 주시다니요. 감사한 일입니다.

2024년엔 마음 아픈 소식이 자주 들려왔어요.

골몰하면 나의 일처럼 속이 시끄러워질까 봐 애써 외면하고 도망쳤어요.

생각하기를 포기했습니다.

나만의 일로도 버거운 한 해다, 여기며 시간을 흘려보냈어요.

누구나에게 공평한 시간은 무심히 흘렀어요.

그렇게 2025년이 되었어요.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요.

새해 희망, 목표, 소원 같은 것들을 또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누군가에겐 주어지지 않을 그 시간을 살아내면서요.

유난히 숨 쉰다는 사실에도 무기력해지고 허망해져요.

저의 숨은 언제 멈출까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은요?

어떤 예고라도 있는 멈춤일까요?

그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하기에 때로는 도망치고 외면합니다.

올해는 제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제대로 살아보려고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종종 일어나고야 마는 세상이니 도망치지 않고 인정하려고요.

사랑하려고요. 아직 숨이 붙어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 보려고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있구나, 하면서.

그래서 가끔 허무하고 못됐구나, 하면서.

더 많이 느끼고 생각하고 읽고 쓰려고요.

저만의 올해 다짐입니다. 목표는 너무 거창하니까요.



어떤 소설에서 읽은 구절인데 인간은 애를 너무 쓴대. 애쓰는걸 좀 덜해야 해방되어 비로소 자유에 가까워진대. 이 글에 쓴 다짐대로 두려움, 불안, 무기력, 미움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애쓰지 말자. 너대로 느끼고 또 사랑하는 거야. 견디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거야. 그게 너니까. 너무 애쓰지 말고 너대로 사는 거야. 자유롭게. 너의 숨이 멈추는 그 어느 아름다운 날까지.


2025년 1월의 시작,

널 응원하는 네 친구로부터



이전 02화새해의 얼음,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