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Y는 병동에서 가장 먼저 말을 걸어온 사람이다. 밝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움츠러들어 있지는 않았다. 병동의 햇살 같은 모습이었다. 지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먼저 말을 건네오고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Y의 모습을 보았다.
Y의 이야기는 단번에 쏟아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사소한 말들로 이어가며 Y를 알아갔다. 오늘 날씨, 병동 음식, 지루한 프로그램 시간 같은 시답잖은 것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짧은 문장들이 섞이기 시작했다. “여기 너무 오래 있었어요. “ , “집에 가고 싶어요.” 그 말들 사이에서 설명은 없었다.
Y는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이곳에서 더 낯설었다. 웃고, 농담을 하고, 사람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갔다. 하지만 가끔 Y의 표정은 공허했다. 웃음이 멈춘 순간에 Y는 텅 비어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공백은 이상하게 선명했다.
Y는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곁에 있는 걸 더 편안해하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자주 내 옆에 앉았다. 꼭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 선택이 가볍지 않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Y와 함께 있으면 병동이 조금 덜 병동 같아졌다. 우리는 환자보다는 또래에 가까웠고, 상태보다는 하루에 가까웠다. 서로의 과거를 깊이 묻지 않아도 괜찮았다.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만 공유하면 충분했다.
어느 날, Y가 물었다. ”언니는 여기 어떻게 왔어요? “라는 물음에 덜컥 겁이 났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은 아니었으나 조심스러웠다. 그 질문은 조심스러웠지만 동시에 너무 직접적이기도 했다. 그건 아직 나 스스로에게도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말을 꺼냈다. ”나는… 자살시도를 했어. “ 설명하려 들면 길어질 것 같았고, 짧게 말하면 거짓말이 될 것 같았다. ”응급실로 들어와 입원하게 됐어. “ 불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Y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가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