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의 이야기 - 1

by 강규리

*자살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병동에서 B를 만났다. Y와 프로그램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장면을 보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했다. 스물네 살의 오빠였다. 나보다 몇 살 많았고, 나보다 훨씬 오래 이곳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병동의 분위기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언제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 B는 말을 크게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타입이었다. 어느 날은 보드게임을 하자고 했고, 또 어느 날은 퍼즐을 같이 맞추자고 했다. 병동의 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이미 여러 번 맞추어 본 퍼즐임에도 나와 함께 퍼즐을 맞춰 주었다. 우리는 프로그램실 테이블에 앉아 보드게임을 했다. 규칙을 설명해 주고 내가 헷갈리면 다시 알려줬다. 이기고 지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시간을 같이 보내는 일이 더 중요했다. 퍼즐을 맞출 때도 비슷했다. 한 조각씩 맞추어 가며 별 이야기 아닌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B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주었고, 누가 혼자 있으면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 병동에서는 그런 태도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졌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 옆에 있으면 조금 편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B는 거의 한 달 가까이 병원에 있었다. 나보다 훨씬 먼저 들어왔고, 그래서 이곳의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견디고 있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농담처럼 말했다. "나 여기 고인물 다 됐어." 웃으면서 하는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병동에서는 사람을 오래 알 수 없다. 누군가는 먼저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 들어온다. 그래서 함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도 관계는 빠르게 만들어진다. B와도 그랬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같이 보드게임을 하고 퍼즐을 맞추는 시간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B는 병동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차분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다정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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