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를 만나다
<수능 D-28, 2일차>
거의 잠들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병실은 정확한 시간에 깨어났다. 불이 켜졌고, 복도에서 카트 소리가 났다. 밤새 울었던 흔적은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눈은 부어 있었고, 머리는 무거웠다. 그래도 아침은 예외 없이 시작되었다. 또한 회진은 준비할 틈을 주지 않았다. 교수님과 주치의가 병실로 들어왔고 나는 침대 위에 앉아 이야기를 해야 했다. 잠은 잤는지, 기분은 어떤지 간단한 질문과 형식적인 답변이 오갔다. 교수님은 약의 조정 가능성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말투는 차분했고, 감정은 섞이지 않았다. 나는 그 태도가 싫지 않았다. 위로받고 싶지 않았고, 이해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 상태가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병동에서 Y를 만났다. 나보다 한 살 어린아이였다. 나에게 먼저 다가온 Y는 색칠놀이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어린아이 같은 미소가 나를 웃게 했다. 어떻게 들어오게 됐을까…라는 생각은 말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저 내가 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입꼬리를 간신히 올리며 좋아한다고 답했다. Y는 적어도 내가 상상하던 환자의 얼굴은 아니었다. 웃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순수한 아이였다. 테이블 위에 색연필을 꺼내 놓고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만들었다. Y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오늘 점심 메뉴가 맛있다는 이야기, 어제 본 TV 프로그램 이야기. 가볍고 사소한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Y를 보며 생각했다. 아픔은 꼭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이곳에 있는 이유와 겉모습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Y는 밝았고, 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우린 같은 공간에 있었다.
색칠이 끝나고 생각보다 알록달록한 그림은 제법 볼만했다. Y는 망설임 없이 쨍한 색깔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고른 색들은 전부 차분한 쪽이었는데….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이었다. Y의 하루는 어땠을까. 마음 한켠에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 Y는 먼저 자리를 떴다. 다음에 또 하자고 이야기하면서. 병실로 돌아가는 길에
색연필 자국이 손에 남아 있었다. 그때 병동에서의 시간이 무겁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그런 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