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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12. 2018

창문 없는 방_8

그렇게 답 없는 질문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음식이 나왔다. 그는 답답한 생각들을 밀쳐내며 먹는 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된장국은 조금 짰지만 맛있었다. 그의 집안에 고난이 깃들기 전 어느 저녁,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그것처럼. 생각이 그 지점에 닺자 갑자기 불쑥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된장국을 그릇 한가득 퍼주며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하고 말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그러자 미안함을 동반한 그리움의 감정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감정을 느낀 것에 짜증 또한 났다. 그래서 일부러 어머니와의 결별을 초래한 격렬한 다툼의 영상을 불러들였다. 그 효과는 빠르고 확실했다. 그는 자신이 일종의 감상주의라 여기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속에서 완전히 밀어낸 채로 식사를 마쳤다. 밥값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온 그는 썩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천천히 고시원으로 향했다. 그리로 다시 돌아가긴 정말 싫었지만 땡볕에 계속 길바닥에 서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방으로 돌아온 그는 치약과 칫솔을 챙겨 공동세면장으로 갔다. 그리 크지 않은 세면장은 누군가 막 샤워를 마쳤는지 습기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불평어린 혼잣말을 내뱉으며 양치를 시작했다.


그는 이런 공용 시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지 모를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세면대를 쓰는 것이나 누군지 모를 다른 사람이 앉았던 변기에 앉는 것, 누군지 모를 다른 사람이 먹고 남은 밥을 전기밥솥에서 퍼먹는 것 같은 일들과 그런 일들이 이루어지는 공간 모두를 싫어했다. 그래서였는지 그는 양치도 최대한 빨리 끝마치고 그 공간을 뜨려고 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그 곳에 머무는 시간은 어차피 삼 분 이상 차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도. 


《창문 없는 방》(홍성사, 2018)의 출간을 알리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 《창문 없는 방》을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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