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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11. 2018

창문 없는 방_7

아직 점심시간 전이어서인지 식당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그는 백반을 주문하고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신문을 집어들었다. 아까 보았던 것과 같은 기사가 1면에 실려 있었다. 순간 그걸 읽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는 신문을 밀쳐놓고 식당 안을 살펴보았다. 전형적인 도시 변두리의 낡고 지저분한 식당 풍경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어. 이집 음식은 맛이 괜찮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 인상적인 구석이 거의 없는 공간을 살펴보길 멈췄다. 그러자 곧 다시 공상이 시작되었다. 


‘백오십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한두 달이다. 그때까지 다음 행보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려야한다. 정말 싫지만,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지? 이전에 해왔던 그런 일들은 싫다. 뭔가 다른 일이 필요하다. 다른 일이…….’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영화 쪽 일을 하고 싶으니 영화제작 현장에서 잡일을 맡은 스탭으로 일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것은 본질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그가 박차고 나온 이전의 육체노동들과 다를 것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그런 일 말고 보다 창조적이고 기품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나와 맞기 때문이다. 이것은 몸으로 하는 일을 천하게 여기거나 그런 일을 하도 많이 해서 질린 끝에 나온 결론이 아니다. 나란 인간의 특질이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에 맞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할 때만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중퇴라는 그의 학력은 그런 일자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공상은 그런 고민이 항상 최종적으로 다다르게 해주는 자신의 처지와 이 사회의 구조에 대한 불만으로 가 닿았다. 돈 있는 놈들이 다 해먹을 수밖에 없도록 짜여진 구조와 그런 구조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돈 없는 자신이 짜증스러웠다. 


‘만약 내가 북유럽의 복지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활력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을까. 어쩌다 이따위 나라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불행하게,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야만 한단 말인가.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삶이 내게 주어진 건가. 도대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창문 없는 방》(홍성사, 2018)의 출간을 알리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 《창문 없는 방》을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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