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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13. 2018

창문 없는 방_9

양치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그는 침대에 걸터앉더니 멍하니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뭔가를 생각하는 것이라기보단 의식을 그냥 방치해두는 것에 더 가까운 행위였다. 그것은 말하자면 공간에 잠식된 인간의 모습이었다. 비좁고 답답한, 거기다 덥기까지 한 공간에 말이다. 그런 공간에 한 달쯤 갇혀 살게 되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돈에 치이고 삶에 치인 우리시대 많은 청춘들에게 나타나는 증상. 


그렇게 한동안 더 멍하니 있던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열두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그러자 그는 마치 그 시간에 맞춰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도 있다는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휴대폰을 손에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아까와는 또 다른, 한층 더 강화된 한여름의 낮 더위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짙은 피부에 강인해 보이는 얼굴을 가볍게 찡그리고는 빈약한 가로수가 만들어준 그늘 밑으로 걸어가 친구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우야, 나 무신이다.”


“무신아, 오래간만이네! 잘 지내고 있지?”


반가워하는 명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일어나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고 방에서 멍하니 있다 이곳에 나와 전화를 건 모든 시간을 통틀어 가장 밝은 색조의 기분이 무신의 마음에 찾아들었다. 그러나 그는 애써 그런 오랜만에 출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뭐 그저 그렇지. 너는?”


“나도 뭐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


여전히 상대에 대한 호의를 담은 높은 톤의 목소리로 명우가 대답했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 힘을 얻은 무신이 단도직입적으로 전화를 건 목적에 대해 말했다. 


《창문 없는 방》(홍성사, 2018)의 출간을 알리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 《창문 없는 방》을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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