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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14. 2018

창문 없는 방_10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되냐? 얼굴 본지도 꽤 됐는데 저녁이나 먹을까?”


“좋지. 근데… 이번 주는 제안서 준비 때문에 주말에 출근을 해야 될 것 같은데…… 다음 주에 보는 거 어때? 다음 주 토요일에.”


“좋아.”


“그럼 토요일 저녁 일곱 시에 목동 쪽에서 만나자. 도진이도 부를게.”


“도진이?”


무신은 뭔가 망설여지는 듯 잠깐 말을 멈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명우와 단 둘이서만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진은 대학시절 명우의 소개로 알게 된 친구였다. 마른 체형에 하얗고 잘생긴 얼굴, 어딘지 소년적인 느낌을 주는 그는 똑똑한 녀석이었다. 항상 책을 읽고 노트에 뭔가를 끼적이던 그는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출판사에서 시행한 장편소설 공모전에 당선돼 작가로 데뷔했다. 그 후로 엄청나게 유명해지거나하지는 않았지만 소수의 열성 독자들을 거느린 작가로 꾸준하게 집필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특정한 주제가 대화에 등장하면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관점을 특유의 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곤 했다. 무신은 그 가는 목소리와 지적인 이야기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것을 일종의 열등감이라고 얘기할지도 모르지만 무신은 그것은 열등감이 아니라 어떤 꺼림칙한 것에 대한 거부감 같은 거라고 느꼈다. 그랬기에 그는 도진을 데리고 나오겠다는 명우의 말에 멈칫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마음을 드러내진 않았다. 


《창문 없는 방》(홍성사, 2018)의 출간을 알리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 《창문 없는 방》을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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