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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16. 2018

창문 없는 방_11

“그래. 연락해서 데리고 나와. 못 본지 오래됐는데.”


“그럼 도진이랑 연락해서 금요일쯤 확실한 장소랑 시간 문자로 보내줄게.” 그렇게 말한 명우가 무신이 아닌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팀장님. 출발하시기 전에 준비한 거 드릴게요!”하고 외쳤다. 점심시간에 맞춰 전화했는데도 일 관계로 정신 없나보네, 하고 생각하며 무신이 말했다. 


“바쁜가본데 통화는 이쯤에서 마무리하자. 연락 줘.”


“미안. 뭐 급하게 걸려 있는 일이 있어서. 연락할게!”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곧 출발할 팀장에게 줄 무엇과 관련된 다급함이 묘하게 뒤섞인 명우의 대답을 끝으로 통화는 끝났다. 통화를 마친 무신은 고시원 입구를 향해 몇 발자국 내딛다 멈춰 섰다. 기세 좋게 내리쬐는 태양이 달궈놓은 아스팔트 위에 서있는 것이 썩 즐겁지는 않았지만 쪽방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더 싫었다. 그는 잠깐 고민한 후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명우랑 만나면 그 놈이 뭔가 좋은 말을 해줄 거다. 그 녀석은 진짜로 날 좋아하니까 뭔가 내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얘기를 들려줄 거다… 그래, 전화하길 잘했다. 혼자 쓸데없는 생각만 하고 앉아있느니 그 녀석이랑 무슨 얘기라도 해봐야지. 무슨 얘기라도…….’


그의 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마치 친구와의 만남과 그 만남이 제시해줄지도 모를 어떤 희망과 한시라도 빨리 마주하고 싶어 조바심이 나는 것처럼. 


《창문 없는 방》(홍성사, 2018)의 출간을 알리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반부 30%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 《창문 없는 방》을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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