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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17. 2018

창문 없는 방_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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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잠깐만요.”


고시원 공동주방에서 대충 저녁을 때운 후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향하던 무신의 등 뒤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에 왠지 비굴하게 느껴지는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는 ‘황씨’가 서있었다. 그는 두 달 전 이곳 고시원에 들어온 사십대 중반의 남자였다. 두꺼비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넉살좋은 웃음으로 고시원 사람들을 대했던 그는 처음부터 무신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눈치였었다. 그러나 무신은 그에게 어떠한 관심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시원에 사는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 무신에게 있어 그들 모두는 그냥 마주치지 않고 싶은 존재였을 뿐이다. 아니, 어서 속히 그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그런 대상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먼저 다가와 인사하며 살갑게 대하는 황씨를 밀쳐낸다는 건 무신에겐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인사를 하면 응하곤 했었는데 그런 무신의 반응이 자신을 친구로 여겨서라고 판단했는지 황씨는 더 적극적으로 무신에게 다가왔다. 이 주 전에는 캔맥주와 오징어를 들고 그의 방으로 찾아와 함께 근처 공원에서 이야기나 나누자며 무신을 끌고 나가기도 했었다. 그날의 한도 끝도 없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기억하는 무신은 그가 또 다시 자신에게 들러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거리감을 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창문 없는 방》(홍성사, 2018)의 출간을 알리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반부 30%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 《창문 없는 방》을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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