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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Feb 06. 2020

사랑과 자유

김 교수는 ‘사랑과 자유’에 대해서 말했다. 진리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을 사랑하는 첫째 조건이 뭔지 아나. 그 사람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거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의 자유를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나는 강연할 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살아보니 나는 이렇더라. 여러분은 어떤가?’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다. 선택은 여러분이 하라’ 이렇게 말한다. 다시 말해 선택권을 준다. 그렇게 자유를 주는 거다.


Q : 선택권을 주는 게 왜 필요한가.

A :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으면, 아이의 자아가 사라진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이 없어진다. 그게 과연 사랑일까.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 그래서 자유를 줄 수가 없다. 자유는 선택이다.


Q : 자식을 키울 때는 어떤 식으로 적용하나.

A : 자식이 아주 어릴 때는 보호하는 거다. 지켜주는 거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사춘기까지는 손 잡고 같이 간다. 스승과 제자처럼 말이다. 그 다음부터는 달라진다. 아이를 앞세우고 부모가 뒤에 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더 좋은 것이 있다면 네가 해라.’ 그런 식으로 자유를 주는 거다. 자유를 모르는 사람은 사랑도 알 수가 없다.


김 교수는 “나는 개신교 안에 있지만, 교회주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이 교리와 교권을 거부하지 않았나. 학생들이 종종 이렇게 묻는다. ‘스님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있는데, 왜 신부님이나 목사님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없나요?’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 책들이 교리를 이야기하지, 인생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Q : 교리와 인생은 무엇이 다른가.


A : 예수는 ‘인생’을 이야기했다. 교리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예수 당시의 교리가 뭔가. 계명과 율법이다. 예수님은 그걸 거부했다. 대신 ‘이웃을 사랑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인생을 말했다.


김형석 교수는 일본의 조치(上智)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그가 3학년일 때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철학과 1학년으로 입학했다. 조치 대학은 가톨릭 계열의 학교다. 김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은 대학 과후배다. 당시 조치 대학에는 가톨릭 신부인 한국인 학생이 여럿 있었다. 나는 개신교인이다. 그 신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종교적인, 교리적인 거리감이 무척 컸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달랐다. 거리감이 좀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 그 이유가 뭔가.


A : 다른 신부님들은 교리를 앞세웠다. 그럼 개신교와 가톨릭은 가까워질 수가 없다. 김수환 추기경은 달랐다. 그분은 신앙을 교리가 아니라 진리로 받아들였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통할 수가 있었다. 그 시절 나는 가톨릭과 개신교는 하나의 나무에서 올라온 두 개의 가지라고 생각했다. 당시로선 굉장히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 추기경도 그렇게 생각하더라. 그때 나는 학도병 입대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그런 난관만 아니었어도 김 추기경과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있다.


인터뷰를 마친 김 교수는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을 직접 걸었다. 다리 운동을 위해 굳이 승강기를 타지 않았다. “내게는 건강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건강은 일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지금껏 열심히 일한 게, 거꾸로 건강해진 비결이 아니었을까.”


-<[백성호의 현문우답]100세 철학자의 충고 "교인 수 1000명, 중견 교회로 가라"> , 중앙일보,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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