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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Dec 27. 2018

소설이라는 예술_6

도스토옙스키의 친필 원고. 상단의 데생이 인상적이다.










“약속을 지키고 원고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달음질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것이 내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질이 떨어지는 <여주인>과 같은 졸작이었습니다. 그 결과, 나는 불만과 자기비판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그 후에도 오랫동안 진지하거나 가치 있는 글을 쓰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하나의 실패가 나를 몸져눕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신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난 허겁지겁 또다른 이야기를 썼으며 유일한 자산인 나의 서명을 담보로 걸었습니다…….” “나는 작품을 충분히 다듬지 못한 채 마감 시한을 의식해서 써야만 했습니다. 즉 나는 예술에 대해 죄를 지었습니다.나는 몸을 아끼지 않았고,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는 <여주인>만큼이나 <백치>나 <악령>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1848년에 씌어진 이야기들이 단지 충분한 퇴고 작업만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속에 반영된 작가의 교착 상태, 그의 ‘불안’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들은 실험, 추구, 시도였다. 도스토옙스키는 위기를 헤쳐나갔으며, 독자적인 문학 양식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런 창작상의 위기 속에서 외부적 요인들, 그의 빈곤, 크라옙스키에 대한 부담감, 작업과 마감 엄수와 같은 의무감 따위는 단지 부차적인 것들에 불과했다. 
  
-콘스탄틴 모출스키 <도스토옙스키_영혼의 심연을 파헤친 잔인한 천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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