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광호 Dec 06. 2018

창문 없는 방_3

그러나 그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퍼부은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야 이놈의 자식아! 니 아버지 사업 저렇게 된 것만으로도 내 억장이 무너지는데 너까지 멀쩡히 잘 다니던 대학을, 이제 1년만 있으면 졸업하는 대학을 그만두겠다니 무슨 정신 나간 소리야! 절대 안 돼!” 


“아니, 아버지 사업이 망한 게 내 잘못이야? 그렇게 된 후로 나도 학교 다니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등록금은 없지, 생활비는 벌어야지!”


그 말처럼 전역 후 복학한 그의 대학시절은 험난한 시간이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로 지친 몸을 이끌고 강의실로 향하던 무거운 발걸음. 학자금대출로 간신히 이어가던 학업에 대한 불안과 불만. 그 와중에도 학점과 스펙 쌓기를 위해 발버둥 쳤던 고단한 나날들…… 그러나 그 노력과 수고의 가장 확실한 수치적 결과는 1,962만 원이라는 학자금대출 채무였다. 


그는 ‘강무신’이란 자신의 이름 뒤에 채무액 1,962만 원이라는 숫자가 붙어있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나는 공부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에게 대학이란 공간이 지닌 보다 솔직한 의미는 다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청춘의 시절 마땅히 누려야할 기쁨, 다른 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이런저런 즐거운 활동들을 하는 것, 그것이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목적이었으니까. 대학시절을 경험해보지 못한다는 건 그런 청춘의 낭만을 박탈당한다는 것과 같다. 아무리 대학이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했다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유효한 사실이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동년배 친구들과 즐겁게 보낼 ‘당연하고 정당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왜 그토록 많은 액수의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지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지나친 처사’였다. 이 사회가 청년들에게 지나치게 비열하게 굴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요 모양 요 꼴이라도 우리가 연명하고 있는 게 누구 덕분인데? 내가 휴학하고 돈 벌지 않았으면 이렇게 사는 것도 힘들었을 거 아냐!”


“니가 돈 안 벌어도 내가 식당일해서 생활할 수 있어.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다시 학교 복학해서 졸업하고 좋은 데로 취직할 준비나 해.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다시는 꺼내지 말고!”


《창문 없는 방》(홍성사, 2018)의 출간을 알리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 《창문 없는 방》을 찾아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창문 없는 방_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