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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Jan 16. 2019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중

저는 절망이 최대의 죄라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인 신부도 “절망 이외의 죄는 없어”라고 말합니다. 즉 자신의 구원에 대해 완전히 희망을 잃어버리는 것 이외의 죄는 없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구원에 대해 완전히 절망한 상태가 지옥이기 때문에 그 외에 용서받지 못할 죄 같은 건 없다고 그 신부는 말했습니다. 


아무튼 자살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예수는 계속 십자가를 짊어진 채 죽어가지 않았느냐, 하며 말이지요. 다시 말해 인생의 십자가를 짊어진 이상, 결코 도중에 내팽개치지 않았던 거 아니냐고 말입니다. 


요컨대 무거운 십자가를 인생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셈입니다. 인생은 결코 기쁜 것도, 즐거운 것도, 매력적인 것도, 아름다운 것도 아닙니다. 실은 비루한 것이지요. 여러분도 여러 가지 경험을 해서 아시겠지만, 인생은 지저분해서 눈을 돌리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결코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맛보라고 하지요. 그것이 ‘예수를 본받는’ 일이며 인생이라고 보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근본 개념입니다. 자살은 인생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생각에 근거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아내가 변변찮고 그다지 예쁘지 않으며 매력이 없어도 결코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혼과 자살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거기에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사람, 아름다운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정열이지 사랑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의 사고에서는 매력이 없는 것, 퇴색한 것, 괴로운 것도 버리지 않는 게 사랑입니다. 


-엔도 슈사쿠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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