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려면 문장이니 기교니 하는 것들보다 어느 정도 생활을 아는 것과, 어느 정도 인생에 대한 생각, 소위 말하는 인생관이라는 것을 확고하게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어쨌거나 그게 무엇이든 자기 자신의 독특한 철학이라는 것을 지닐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소설을 써보았자 단순한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소설을 쓰는 연습이라는 것에는 인생을 어떤 식으로 바라볼까 하는, 다시 말해 인생을 보는 눈을 점점 확실하게 해나가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소설을 쓰는 것은 종이를 앞에 두고 붓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바꿔 말하자면 일상생활이 소설을 쓰기 위한 수업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생활만 하면 그뿐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생활하면서 여러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인생을 보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역시 많이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 여러 작가가 어떻게 인생을 바라보는 지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인생을 보아야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제 아무리 작더라도, 제아무리 구부러져 있더라도, 자신만의 인생관이라는 것을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의 인생관이 생겨나면, 소설이라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럴 즈음이면 표현의 형식이야 저절로 떠오르는 법이다. 내 생각으로는 작가의 인생관이 세상사와 부딪치면서 그 때 그 때 표출되는 것이 소설이다.
다시 말해 소설이라는 것은 어떤 인생관을 지닌 작가가 세상의 사상을 구실 삼아 자신의 인생관을 발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을 쓰는데 잔재주로 기교를 부리는 따위는 하등 필요가 없다. 고작 단편 하나를 다소 멋들어지게 빚어내는 기교, 그런 것은 앞으로의 글쓰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까 진짜로 소설가가 되는데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스물 두셋 나이로 제법 괜찮은 단편을 쓸 줄 아는 이들이다. 그러니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그와 같은 문예상의 겉치레 유희에 빠지지 말고, 전심전력을 다하여 인생에 대한 수업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쿠치 칸 <소설가를 지망하는 청년들에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