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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산 Feb 05. 2024

백수 일기 세 번째 (말해보카 사용 후기)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니 정말 두렵다

이번 주는 유독 생각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정신 차려 보니 1월 20일이었던 게 허탈했나고 해야 하나. 인생은 참 짧구나 싶다.


목요일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때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다. 난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타입이다. 사람을 안 만나다 보면 점점 사람이 싫어져서 결국 아무도 만나기 싫어진다. 이번엔 정말 아슬아슬했다. 술자리라 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술도 싫고 돈을 많이 쓰게 되는 것도 싫다) 억지로라도 나가보니 재밌었다. 친구들이 착해서 술 안 마시는 애들한테는 술값 내라는 말을 안 하는데 덕분에 돈도 생각보다 덜 썼다. 오히려 가서 친구들이 선물 준 것들만 받아왔다. 나도 소소하게 주긴 했다.


내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벼운 선물에서부터 무거운 선물까지 별일이 아니어도 자주 오가는 편인데 난 정~말! 정말! 고마우면서도 이걸 다 갚을 생각을 하면 가끔 아득하고 슬퍼질 때가 있다. 물론 걔들이 나보고 갚으라는 의도로 주는 건 아니겠지만(그게 나쁘다고도 생각 안 한다), 당연히 관계가 꾸준히 유지되려면 서로 엇비슷하게 주고받아야 한다. 단순히 선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모임 장소의 위치라거나(우리 집 근처에서 한 번 봤으면 다음엔 친구 집 근처로도 내가 가줘야 함), 만날 때 들이는 성의라거나(항상 풀메하고 오는 친구를 만날 때는 적어도 깔끔하게 입어야 함), 먼저 연락하는 횟수라거나 대화할 때 각자의 발화 시간이라거나…… 등등. 아무튼 나는 선물에 있어서는 그렇게 센스가 있는 것도 돈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럴 때면 정말 돈이 많으면 참 좋겠다 싶다.


그림은 그려야 하는 것만 하나 그렸다. 이제 그릴 일이 없으면 그림을 안 그린다. 난 그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걸까. 분명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다. 내 그림이 어차피 안 팔릴 걸 알아서 그릴 의욕이 안 나는 건가? 팔릴 만한 그림으로 만들려면 학원에 다녀야 하는데 돈을 쓰고 싶진 않다. 그냥 의욕 부족이 맞다. 팔릴 그림이 아니어도 정말로 그리고 싶은 게 있었다면 그렸을 거다. 그 정도로 그리고 싶은 그림도 없고 그리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무언가도 없다.


다행인 건 글을 조금 썼다. 이번 달 안에 완결을 내고 싶다. 이거야말로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글인데 1년 넘게 붙잡고 있었다. 이럴 바에 얼른 다 써버리고 세상에 놔주고 싶다. 예전에는 이거 하나를 잘 써서 공모전에 입상한다거나 등단에 성공한다거나 하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읽으면 읽을수록 단점만 잘 보여서 절로 포기하게 된다. 그냥 끝까지만 쓰고 싶다.

책도 하나 읽었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하도 재밌다고 소문난 책이라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줘서 놀랐다. 콕 집어 단점을 찾기 어려운 데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결말에 울림이 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돈 관리도 그럭저럭 했다. 저번 주보다는 많이 썼다. 아무래도 약속도 있고, 주 6일 외출했고, 저번 달 교통비랑 통신비도 한꺼번에 나갔고, 말해보카도 1달어치를 결제했다. 그래도 심각하게 많이 쓴 건 아니고 86,680원을 썼다.

카카오뱅크에서 한 달 적금도 들었다. 엄마한테 용돈도 받았다. (받을 나이가 아닌데도…… 엄마 미안해. 사랑해.) 주식은 또 몇 만 원 올라서 기분이 좋다.

고민 중인 건 지금 노는 돈이 150만 원 정도 있는데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다. 적금을 하나 더 들기에는 청약까지 적금 통장만 4개다. 그렇다고 투자 비중을 늘리기에는 이미 전재산의 50%를 투자하고 있다. 더 사기에는 조금 쫄린다…… (나는 굶어 죽기 싫어서 발악할 뿐이지 투자 성향 자체는 쫄보가 맞다) 150만 원 정도는 비상금으로 들고 있는 게 맞을까?

애초에 부자들이라면 150만 원이라는 푼돈으로 고민도 안 했을 텐데…… 아니 적어도 직장인이었다면 최저시급 월급도 안 되는 돈으로 고민 안 했을지도…… 는 이런 생각은 아~무 도움도 안 되고 건설적이지도 못 하니까 뭐 할지나 생각하자.

차라리 운전면허를 따거나 토익 점수를 높이는 등 자기 계발을 하는 게 좋을까? 라기엔 돈이 너무 아깝다. 지금 말하면서 또 돈 아깝다. 그냥 미국 지수 ETF나 몇 개 더 사둘까. 혹시 댓글로 추천받겠다고 하면 추천해 주시나요? 당신이 만약 백수 인생을 살고 있고 여윳돈으로 150만 원이 있다면 뭘 하시겠습니까? 저 뜯어고쳐 주실 분?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이건 38일 차다. 그리고 말해보카 7일 무료 체험이 끝나서 1개월어치를 결제했다. 12개월을 한 번에 결제하는 게 훨씬 싸지만 내가 12개월 내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내 의지력을 못 믿기 때문에 일단 1개월만 했다. 내가 1개월 내내 매일 한다면 날 위해 12개월짜리를 결제하려고 한다.

1월 5일에 한 번 찍먹 했더니 결제하래서 한동안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10일 보면 접속해서 고민함) 결국 13일에 7일 무료체험을 시작한 모습이다.

이 정도면 나름 열심히 하는 중인 듯?!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꼭 하려고 노력한다. 내게 부디 한 달 내내 말해보카 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그리고 영어 실력도 조금쯤은 늘길.


영어 실력을 늘려서 당장 뭘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종종 내가 어린 시절 영미권으로 몇 년쯤 유학을 다녀와서 자유롭게 영어를 쓸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하는데 그 상상이 이어져도 기껏해야 미국인 애인을 만든다거나 디즈니에 입사해서 하루종일 공주님을 그린다거나 한다. 그리고 공주님은 지금도 매일 그릴 수 있으니 별 의미 없는 상상이다.

또 종종 호주 워홀 영상을 보면서 내가 이걸 가고 싶은 게 맞는지 고민하기도 한다. 여러 번 상상해 보았으나 나는 ‘워킹’이 아니라 ‘홀리데이‘나 하고 싶은 것 같다. 종합해 보면 나중에 돈이 생겼을 경우 미국인 애인을 사귀고 홀리데이나 즐기려고 영어를 배워놓는다고 할 수 있다. 불순한 의도인데 의욕이 돌긴 돌아서 매일 열심히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몇 년째 영어를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 마디도 제대로 못 하는 나에 대한 짜증도 덤이다.


모닝페이지는 여전히 하고 있다. 이게 맞나 싶긴 하다. 요 며칠 동안은 모닝페이지에 욕설만 한가득이다. 내 생각엔 내가 갈수록 지치는 것 같다. 근데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원인은 짐작이 가는데(그야 백수고 돈 없고 막막하고 인생에 좋은 일 없고) 그걸 뜯어고칠 방법이 안 보인다. 내가 내 기를 살려주려고 무진 애를 다 쓰고는 있지만 이것도 슬슬 한계가 보인달까.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난 멘탈이 왜 이러지 정말? 나는 지금 날 위해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내 정신이 이것밖에 못 버티고 있다는 게 열받는다. 근데 이게 내 멘탈 문젠가? 나 정도면 잘 버티는 거 아냐? 누구 내 상황에 좀 던져 넣어봐. 이 난리통에 나보다 더 제정신일 수 있는 사람 나와봐.


아무튼 다음 주 목표.

1. 쓰고 있는 소설 초고 완결 낼 것

2. 일주일에 5일은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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