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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산 Feb 05. 2024

뭐라도 해보자 싶어 쓰는 백수 일기

이번 주도 길었다

뭐 한 게 없다……

아니 뭘 매일 하고 있긴 한데 그게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서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기분이다.

근데 죄책감이 드는 거랑 별개로 이번 주를 행복하게 보내긴 했다……

이대로 점점 죄책감이 사라져서 평생 행복한 백수로 살게 되면 어쩌지(그전에 굶어 죽겠지).


우선 그림. 이번 주에 한 장… 하고 반쯤 그렸다. 돈 번 건 없다. 취미로 그린 거다. 더 적극적으로 커미션 홍보를 해봐야겠다. 사실 해보려고는 하고 있는데 대중에게 먹히지 않았다…… 내 그림 수요가 이렇게 없었나.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냉혹하네. 영혼에 상처만 입었다.


커미션에 다른 타입을 만드는 게 좋을까? 요새는 고정틀이 하도 잘 나가다 보니까 다른 쪽은 거의 수요가 없는 것 같다. 나도 고정틀을 떠올려볼까. 그런데 그런 단순 노동 작업은……. 솔직히 말해서 금방 질리는 데다가 그림 실력도 오를 것 같지 않다. 그럼 반고정틀로 할래? 꽃과 소녀 타입 같은 건? 오. 괜찮은데. 문제는 내가 샘플을 만들기 귀찮은 거겠지…… 한 장만이라도 제대로 그려볼까나. <-이거 잊지 말고 실행하자. 그리고 브런치에 올리는 것까지 해보자. (과연)


아르바이트는 면접 떨어진 뒤로 다른 곳을 더 지원하지 않았다. 마음이 급하지 않다 보니 일자리를 고르게 된다. 적절한 곳이 보이면 지원할 생각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안 할 것 같다.


글…… 안 썼다. 이게 제일 후회스럽다.

책은 읽었다. 양귀자의 <희망>… 600페이지짜리인데 그냥 몰아 읽었다. 양귀자 책은 여성 화자일 때 더 재밌는 것 같다. 이전에 <나는 생각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나 <모순>을 몹시 감명 깊게 읽어서 그런가 <희망>에서는 조금 실망했다. 주인공에 그다지 공감이 안 갈뿐더러 여자가 남자 흉내를 내는 듯한 문구에 거북함이 들었다. 여자는 어릴수록 좋고 나이 들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식의 쓸데없는 말을 한다든지…… 작가는 리얼리즘을 살리려고 한 모양이고 주인공이 고작 21살짜리 남자애라 혐오스러울 정도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없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돈 관리는 나름 힘썼다. 근 일주일을 12,200원으로 버텼다. 딱 하루 밖에서 뭐라도 하자 싶어서 9,000원 주고 나가사키 짬뽕을 먹고 3,200원 주고 이디야에서 루이보스 티를 마신 게 전부다. 요즘엔 어디 갔다 하면 루이보스 티를 마신다. 그나마 저렴하고, 그나마 칼로리가 낮고, 카페인도 없다. 한동안은 저렴하고 칼로리도 낮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았는데, 밤에 도무지 잠이 안 와서 갈아탔다. 강릉에서 마신 뒤로 카페만 갔다 하면 줄곧 루이보스를 마셨던 것 같다. 지금은 이게 내가 찾는 베스트 메뉴가 되어버렸다.

사고 싶은 게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허벅지 찌르면서 참았다. 사고 싶은 걸 참는 건 익숙하다. 오히려 뭘 반드시 사야 할 때가 괴롭다. 저 딱 하루 밖에 나간 날도 큰맘 먹고 외출하기는 하였으나 어딜 가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동네를 계속 정처 없이 떠돌다가 일하다 잠깐 나온 엄마를 마주쳤다. 반갑긴 했는데 좀…… 이게 맞나 싶어서(이러다 또 마주칠까 봐) 바로 카페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쭉 두문불출한 건 아니고, 엄마랑 나가면 엄마가 돈을 써줘서 그렇다. 저번 주 일요일에는 엄마랑 <위시>를 봤다. 이번 주 수요일에는 엄마랑 멸치국수를 먹고 이마트에서 장을 봤다. 금요일이 바로 딱 하루 혼자 외출한 날이다. 그리고 토요일인 오늘은 엄마랑 카페에서 같이 책 읽다 왔다. 난 정말 인생이 엄마 위주로 돌아가는구나…… 엄마 없으면 못 산다는 게 과장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 친구들을 안 만났는데 슬슬 만날 때가 되긴 했구나 싶다. 보고 싶은 마음보다 돈 쓰기 싫은 마음이 더 커서 버티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장기투자 목적이면서 단기에 일희일비하면 안 되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근 일주일 동안 주식으로 10만 원 정도 수익을 봤다. 최근 포트폴리오를 많이 바꾸긴 했는데 그래도 투자금 치고 일주일 만에 10만 원 벌린 게 뿌듯하다…… 토스 모으기로도 2,000원 정도 벌었다. 티끌 모아 태산.

또 “더 리치”라는 어플도 깔았는데 제법 유용하다. 배당 캘린더 기능에 감동받았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언제 얼마를 받는지 의식하지 않았으며 어련히 알아서 들어오면 오~ 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배당 언제 들어오나 기다리게 된다. 매우 소액이지만 말이다. 나도 언젠가 미국 배당주로 매달 50만 원씩은 벌고 싶다.


부동산 공부도 아주 조금 했다. 유튜브 보다가 경매든 청약이든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도 들었다. 싸게 사는 것보다는 상승장 초입 때 사는 게 더 중요하단다. ……근데 그건 아저씨가 부자라서 할 수 있는 말 아니에요?! 무료 부동산 경매 사이트에 가입도 했다. 유튜브에서 설명해 주는 사람들은 다 유료 사이트 쓰고 있길래 나도 혹해서 가격을 봤는데 도저히 구독할 만한 금액이 아니다. 넷플릭스 생각했다가 큰코다쳤다. 최소가 달에 5만 원이고 비싸면 10만 원 가까이하는 곳도 있다. 10만 원쯤 하는 데가 제일 유명해서 세상이 참 야속하다고 느꼈다. 난 이대로 넷플릭스랑 어도비 구독이나 해야겠다.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도 계속하고 있다. 지금 31일 차다. 영어 실력이 자꾸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서 막막하다. 이것저것 해보고는 있다. 오늘은 말해보카 7일 무료 체험을 시작했는데 스크린 타임 보니까 이것만 2시간을 했더라. 하루 했다고 대단한 효과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2시간쯤 하니까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 싶다.


그리고 이번 주 제일 달라진 점은…… 모닝 페이지를 시작했다는 거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에 나온 이 습관은 일어나자마자 3페이지를 꽉꽉 채워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전부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설명해 줬을 거다.

https://youtu.be/MXXs9JC_ItQ?si=tYAMcQCxMq6bdi47 

특히 이 사람은 영상 퀄리티가 좋아서 깜짝 놀랐다…… 뭔 영화를 찍어놨다. 짱.

아무튼 책에서는 창작자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습관 중 하나로 소개된다는데 나는 이 책 아직 안 읽어봤다. 2월에 문화누리카드가 충전이 되어야 볼 수 있다. (소액 부동산 경매에 대한 자세한 방법도 2월에 책을 통해 알아볼 예정이다) 그래도 해보려고 한 이유는 그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가 1번이고 2번은 5년째 일기 쓰는 사람으로서 아침에 길게 일기 쓰는 습관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게으르게 일기를 썼다지만 그 이전에는 필이 꽂히면 하루에 5~6페이지도 썼었는데, 그때 스트레스가 참 잘 풀렸던 기억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고작 일주일 동안 모닝 페이지를 썼을 뿐인데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별개로 비효율적이긴 하다. 일어나서 40~50분가량을 통으로 모닝페이지를 쓰는데 소비한다. 거기다가 일기도 따로 쓰니(하루 한 페이지, 보통 20~30분 소요) 하루에 모닝 페이지+일기로만 최소 1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그럴 가치가 있을 만큼 좋은 습관이다.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력이 닿는 데까지는 노력해 봐야지.


그럼 다음 주 목표.

1. 아침 루틴에 글쓰기 추가하기. 모닝 페이지로 예열한 다음에는 꼭 소설을 쓰자.

2. 주 5일 이상 외출하기. 운동을 하면 좋겠지만 걷기라도 꾸준히.

3. 개인 그림 1장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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