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았다
최근에는 올해가 2023년이라고 하는 말실수를 두 번이나 저질렀다. 2024년인 것도 적응이 안 되는데 한 달이나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 세상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원래 백수 일기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주에 했던 걸 정리해서 쓰려는 목적이었는데... 이번 주는 특별히 1월 총결산이랑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열흘 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그냥 겸사겸사 밀렸다는 소리기도 하다) 고로 근 열흘 간 있던 일을 적겠다.
그림으로 돈 벌기는 그른 것 같다. 게을러서 개인작은 하나도 안 그린다. 이번 주에는 오타쿠 그림 하나랑 한 장 짜리 만화 낙서 하나 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절대 안 하던 작업을 하나 했다. 갑작스레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들을 동물로 캐릭터화해서 각종 굿즈를 만드는 게 어떠겠냐는 얘기가 나와서 그걸 그렸다. 우리 중에 그림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게 나밖에 없어서 내가 총대를 메었다. 친구들과의 토론 끝에 우리를 닮은 동물을 정하고 우리를 닮은 이목구비를 배치하고 우리의 평소 의상을 입혔다. 이렇게 귀여운 데포르메의 캐릭터 그림은 SD로나 그렸는데(따지자면 이것도 SD지만 뭔지 알죠) 이렇게 대중적인(?) 디자인을 하는 건 처음이라 낯설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디자인만 해본 거라 정리가 덜 되긴 했는데 좀만 다듬으면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이 무궁무진할 것 같다. 배경화면, 아크릴스탠드, 투명 포카 어쩌고 등등. 친구들도 대체로 오타쿠라 이런 데에선 뜻이 잘 맞는다.
글은 진짜 조금 썼다. 반성한다. 2월 말까지 공모전 제출을 해보려는데 가능할까.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를 다 읽었다. 이것도 전부터 아껴읽던 건데 이제야 다 읽었다. 신형철 평론가를 처음 알게 된 게 이 책에 실린 사랑의 발명이라는 글 때문이라 다른 글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그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켜 준 것 같다. (이거 저번 주에 <천 개의 파랑> 후기에도 했던 말 같지만) 아무튼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책이란 정말 소중하다. 첫 글을 읽으면서부터 눈물을 흘렸으며 읽으면서 총 몇 번을 울었는지는 안 셌다. 글의 전부가 온전히 와닿은 건 아니었지만(신형철 평론가는 생각이 진짜... 진짜 많은 듯... 이런 사람을 보고 생각이 많다고 하는 듯) 그래도 내 심경을 꼬집어주는 듯한, 마치 내가 지금까지 기다려온 듯한 정확한 문장들이 많아서 좋았다. 신형철 평론가는 언제나 글을 쓸 때 정확한 문장에 공을 들인다는데 나도 내 글에 있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명확하게 곡해 없이 전달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 오래간만에 내가 썼던 웹소설을 서치 했는데 너~무 좋은 리뷰들이 달려 있어서 감동받았다. 최근에 리디에서 이벤트라도 한 걸까 유독 리디에서 평소보다 더 팔렸는데 리뷰까지 추가됐을 줄 몰랐다.
진짜로... 진짜 너무 좋아서 이마에 쓰고 다니고 싶다. 선플 달기 운동이라도 하시는 걸까? 부디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사셨으면 좋겠다. 글 쓰는 건 가끔 더럽게 재미없는데 글 칭찬받는 건 365일 24/7 맨날 재밌다.
근 열흘 간 친구들을 네 번 만나서 돈을 많이 썼다. 22일에서 28일까지 쓴 돈은 61,502원. 이번 달 총소비는 287,082원이다. (이중에 엊그제 치과에서 스케일링받은 비용도 있는데 그거 실비 돌려받은 거 포함하면 275,482원) 목표 예산이 30만 원이었는데 그럭저럭 잘 맞췄다고 볼 수 있다. 다음 달 예산도 30만 원으로 잡았는데 내가 말해보카 1년어치(73,750원)를 한 번에 긁을지 말지 고민 중이라 예산을 넘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넘고 싶지 않은데 아무리 봐도 소비를 줄일 구석이 없어서 심란하다. 그나마 식비를 좀 줄이는 게 좋을 듯싶다.
그리고 투자가 좀 고민이다. 토스 모으기에 한 달에 20만 원씩 넣으려고 했는데 매번 붙는 환전수수료 때문인지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딱 한 달 수익률이라 지금 보는 거 좀 웃기지만 아무튼 이번 달에 1.2% 올랐다.) 차라리 지금 노는 돈까지 합쳐서 미국 지수 ETF를 더 살까 싶기도 하다. 일단 2월 1일이라 또 20만 원 넣긴 넣었다. 모으는 종목이랑 주기도 바꿀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우선 1월이랑 똑같이 둬보려고. 어쨌든 당장 손해 본 건 아니기도 하고 급할 것도 없다.
더 리치를 주기적으로 들어가 보는데 뭐 큰 변동 없다. 그냥 혼자 계속 더 살까 말까 더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이하 저번 주랑 고민 내용 똑같다.
난 가난이 콤플렉스라 돈 걱정이 지긋지긋한 것도 맞는데 한편으로는 또 돈 얘기를 참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주변에 이런 얘기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가끔 외롭다. 근데 예산 맞춰서 소비하면 기쁘고 신중하게 물건 고르는 것도 재밌고 경제 뉴스 보는 거나 주식 오르락내리락거리는 것도 흥미롭다.
말해보카도 계속하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씩은 꼭 한다. 어느덧 사파이어 리그까지 왔다.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에는 좀 소홀했다. 45일 차까지 했다.
그리고 이번 주의 하이라이트는...... 니팅네트다. 다이소 가면 하나에 천 원에 판다. 나는 다이어리 커버 하나 만드는데 니팅 네트 2개랑 실 3개 합쳐서 5,000원 들었다. 친구가 영업한 취미인데 진짜 너무 재밌어서 나도 정신 차리고 보니 중독됐다.
근데 진짜 예쁘지 않나??? 심지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영상 틀어놓고 할 수 있어서 한 번 꺼내면 정말 무아지경으로 뜨게 된다. 그냥 세상의 모든 걸 다 니팅네트로 떠버리고 싶다. 지구도 니팅네트 커버로 예쁘게 덮어버리고 싶다.
딱 하나 단점은 시작하면 시간이 녹아버린다는 거다. 나는 이제 딱 하나만 더 뜨고 손 떼려고 한다. 이미 엄마한테 다이어리 커버를 떠주겠다고 약속해서 그건 마저 떠야 한다. 이번 주말 안에 다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여나 따라 하실 분을 위한 조언: 다이소에 있는 털실 중에 벨벳으로 된 건 사지 마세요. 그게 예쁘긴 하지만 털갈이 중인 강아지보다 털이 많이 빠집니다.
그리고 문화의 날을 틈타 6,000원에 <추락의 해부>를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왓챠피디아에 별점 4.0점 남겼다. 강추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영화관 가서 본 영화인데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용 영화다. 괜히 황금종려상을 받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여성 감독으로서는 세 번째 수상이라는데 이 치사한 녀석들이 이번엔 정신 좀 차렸구나 생각했다. 친구랑 같이 봐서 서로 해석 공유하는 재미도 있었다. 스포 없이 보는 게 재밌는 영화 같아서 뭐라 말은 못 하겠지만...... 연기 보는 재미도 있고 연출 보는 재미도 있고 하여튼 좋았다.
모닝 페이지는 때려치웠다. 저번 주에 생리 때문에 우울했는지 1시간 내내 모닝페이지에 세상 욕만 적고 있는 상황이 통탄스러워서 관뒀다.
내가 건방지게 <아티스트 웨이>를 읽지도 않고 해서 뭘 모르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그것부터 읽어야겠다.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하루 일기에 제목을 붙이기 시작했다. 친구가 자기도 한다고 추천해 줘서 하게 됐다. 매일 재치 있는 제목을 떠올리기 위해 골몰하게 된다. 볼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도 그렇다. 그렇지만 먼슬리에 일기 제목만 적어놓고 인덱스처럼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몹시 신중하게 짓는다.
그리고 고체 형광펜을 샀다. 일기의 마음에 드는 부분에 형광펜을 칠하고 싶었다. 그런데 일기장이 몰스킨이라 평범한 형광펜을 쓰면 뒷면에 다 비쳐서 고체 형광펜으로 하나 장만했다. 하나에 700원이다.
스크린 타임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거 계속 쓰다 보니까 SNS를 줄여야겠다 싶어서 어플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걸었다. 아직까지 용케 지키고는 있는데 정말 힘들다. 난 SNS 중독이었구나 싶다.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됐는데 16시간 공복법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겨우 돌려놨다가 일주일 뒤에 또 엉망이 돼서 지금 또 16시간 공복 중이다. 배고프다. 배고프니까 집중력이 떨어져서 브런치 앞부분과 달리 점점 성의 없는 글을 쓰고 있다.
다음 주 목표...
생활 패턴 돌리기
돈 어떻게 할지 이제 정말 정해야 돼
소설 완결 내라고 제발